열처리 살균않고 생막걸리를 장기 저장할 기술 개발
요구르트에는 유산균을 넣지만 막걸리에는 넣지 않아
고려대막걸리가 머지않아 빛 볼 수 있을 것 확신
한때 고려대를 막걸리 대학, 연세대는 맥주 대학이라고 했다. 막걸리는 시골뜨기, 맥주는 서울내기의 이미지였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막걸리가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류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막걸리가 진짜 좋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하는 고려대 교수가 있다. 생명과학부 01학번으로 입학해 모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손홍석 식품공학과 교수다. 그는 1년여 전 시중에서 판매되는 100여 종의 생막걸리를 분석해 유익한 유산균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막걸리 유산균이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또 열처리 살균없이 생막걸리를 장기 저장·유통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를 만났다.
-고려대학교는 막걸리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막걸리와 관련하여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우리 연구실(발효식품학연구실)에서는 막걸리 유산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유산균이 얼마나 존재하며, 그 기원이 어디인지, 막걸리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 인체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저온 숙성과 미생물 제어를 통해 열처리 살균을 하지 않고 생막걸리로 장기 저장·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의 유산균이 요구르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하는데요.
요구르트에 존재하는 유산균은 발효 및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위해 일부러 넣어주는 반면에 막걸리는 제조 과정에서 보통 유산균을 접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효요구르트에는 mL당 1억 CFU 이상의 유산균이 존재하지만 막걸리에는 평균 그보다는 적은 양의 유산균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mL당 10억 CFU 이상의 유산균이 존재하는 막걸리도 있고 막걸리 종류별로 유산균의 함량도 다양합니다.
최근 100여종의 시판 막걸리를 분석한 결과 막걸리에서 10속(genus), 25종(species)의 유산균이 검출되었으며, 가장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유산균 속은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로 평균 32.6%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막걸리에서 검출된 유산균 중에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및 그 특성을 갖는다고 보고된 유산균 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 병(750 mL)에는 평균 1억~10억 마리의 유산균이 존재하며, 프로바이오틱스의 한국인 1일 섭취 권장량이 1억~100억 마리인 것을 고려하면, 막걸리 섭취를 통해 충분한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의 섭취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 맥주 등 다른 발효주와 비교할 때 막걸리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막걸리는 단백질이나 식이섬유,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다른 주류에 비해 풍부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음용되는 거의 유일한 발효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막걸리가 인체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연구를 최근 수행하였습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 대상자를 모집하여 3주간 매일 막걸리 반병(375 mL)을 음용하게 하였으며,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분변 샘플을 수집하여 차세대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주종(와인, 맥주, 소주)과 비교한 막걸리의 차별화된 효과를 밝히기 위해 무작위 교차 인체적용시험(randomized, cross-over trial)을 실시하였습니다.
3주간 막걸리 음용 후, 동맥경화 및 제2형 당뇨병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콜린셀라(Collinsella)가 감소하는 등 6개 속(genus) 장내미생물의 상대적 비율이 유의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막걸리에 풍부한 락토바실러스의 경우 막걸리 음용 후 장내 검출율은 2배, 상대적 비율은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막걸리에 포함되어 있는 유산균의 장내 검출율과 상대적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막걸리 음용은 다른 주종(와인, 맥주, 소주)의 결과와는 다른 장내미생물 변화 패턴을 보였으며, 이는 막걸리에 포함되어 있는 생균(효모, 유산균)이나 고형분(식이섬유)에 의한 영향이 장내미생물에 다르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심했는데 최근 막걸리는 훨씬 덜하다고 합니다.
과거 일부 막걸리 제조업자들이 발효기간을 앞당기거나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calcium carbide)’를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있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과거 카바이드 막걸리가 널리 유통되었다는 것도, 카바이드가 숙취를 일으킨다는 것도 증명된 사실은 아닙니다.
현재까지 숙취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물질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있지만, 막걸리에 특별히 그 함량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간에서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많은 양이 만들어지므로, 주종을 불문하고 과음을 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의 함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막걸리만 숙취가 심하다는 이야기는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학번이신데, 재학생 때도 막걸리를 많이 마시셨는지요.
당시에는 학생행사(오티, 엠티, 사발식)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때 우스개로 OO탁주의 3, 4월 매출의 절반은 고려대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학교 잔디밭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막걸리가 인기가 있는 술이었습니다.
-자주 가던 막걸리 집이나,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나그네파전’에서 파전, 고추튀김과 함께 먹는 막걸리를 좋아했습니다. 당시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6시 전에 미리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지금도 비 오는 날에는 종종 들려서 그 때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시판되는 고대빵 같이 고대막걸리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요.
작년에 고대막걸리의 제조를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여러 여건을 검토하고 있어 잠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교우회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힘을 실어 주신다면 고대막걸리가 머지않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재학시절 어윤대 전 총장님에게 장학금을 받으셨는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대학 재학 시절 어윤대 총장님께 장학금을 받아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감사편지를 총장님께 보내면 여러 학교일로 바쁘심에도 손편지로 답장을 써 주셔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께서 감사의미로 전달해 드리라며 대게를 지방에서 택배로 보내주셔서 그걸 들고 총장실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웃으시며 거절하셔서 그 날 자취방에서 대게 파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전통발효식품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어, 사명감을 가질 정도로 전통발효식품 연구에 애정이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인 김치, 막걸리, 장류 등의 제조 과정에서 미생물의 역할과 발효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한식의 반찬 미생물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문화(한식의 반찬)의 특징이 한국인의 장내미생물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연구하여 한식의 우수성을 밝히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AI 연구를 접목하여 개인의 여러 데이터에 기반하여 건강 예측, 식품 추천 등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버님께서 고려대 법대를 나오셔서 자연스럽게 고려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호랑이마크가 너무 멋있어 보였죠. 고려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하는데, 이렇게 고려대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하고 있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 서창훈 수석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