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헌정(의학89) 교우회보 편집위원‧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원봉사가 꼭 거창한 일일 필요는 없다.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봉사활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환자 정신과 진료실에서 면담과 약물치료와 함께 자주 권하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다. 특히 불면이나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아침 산책을 권한다. 아침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산책을 지속하기 어렵다면 정기적으로 집 밖에 나갈 수밖에 없는 활동을 만들어 보도록 권한다. 그중 하나가 자원봉사다.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만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권유로 시작한 자원봉사가 저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줬어요. 정말 감사해요.” 한 환자가 기억난다. 그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차츰 활기를 되찾았고 우울증에서도 회복했다. 이후 꾸준히 봉사에 참여하며 여러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었을까? 실제로 자원봉사가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적지 않다. 2016년 영국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정신적 안녕감을 보였으며, 이러한 차이는 중년 이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에 발표된 국내 노인 대상 연구에서도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생활 만족도와 낮은 우울 수준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2020년 미국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일정 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삶의 목적의식과 긍정적 정서가 높고 우울 증상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연구만으로 자원봉사가 우울증을 직접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남을 돕는 행동을 한 뒤 긍정적인 감정과 활력을 경험하는 현상을 흔히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르는데, 마라토너가 극심한 피로속 에서 느끼는 쾌감인 ‘러너스 하이’와 유사하다. 움직이고, 사람을 연결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보면 봉사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봉사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집 밖으로 나서게 한다. 우울할수록 활동은 줄어들고, 활동이 줄어들수록 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이 고리를 끊고 흐트러진 생활의 리듬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봉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함께 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특히 은퇴 후에는 직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인간관계가 크게 줄어든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는 것과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우리의 마음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된다. 셋째, 무엇보다 봉사는 삶의 의미와 자존감을 되찾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어한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 “이제 내가 할 일이 없다”거나 “나는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때 나의 시간과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삶에 새로운 역할을 만들고 의미를 되찾게 한다. 나눔은 나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힘이 된다 ‘나눔’이라고 하면 흔히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통한 나눔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봉사자는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 주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생활의 활력을 얻으며 자신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한다. 남을 위해 내민 손이 어느새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어쩌면 이것이 나눔이 가진 힘인지도 모른다. 내가 건넨 작은 도움으로 상대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그 경험이 다시 내 삶을 움직이는 것. 그렇게 서로의 삶에 힘을 보태며 함께 건강해지는 것. 이런 나눔이 우리 고대 교우들의 삶 속에서 도 자연스럽게 피어나기를 꿈꿔 본다.
2026-09-15
조회수 : 8
-
나눌수록 더 커져요고우봉사회 기부자 메시지고우봉사회의 출범과 함께 교우들의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부터 미래를 위한 투자, 공동체를 향한 책임까지 나눔의 이유와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한 사람의 실천이 또 다른 참여를 부르는 ‘나눔의 릴레이’, 그 대열에 함께한 교우 9인의 메시지를 전한다.글. 이현화 수석기자, 서윤주·오진수 기자1호최 준 영나눔은 고대정신이다“모교의 건학 이념인 자유, 정의, 진리와 더불어 공동체에 기여하는 나눔의 가치 역시 중요한 고대정신입니다. 이번에 기부한 봉사차량이 고우봉사회의 나눔을 우리 사회 곳곳에 실어 나르는 뜨거운 엔진이 되길 바랍니다.” -최준영(경영82) 현대차그룹 정책개발담당 사장2호구 승 회나눔은 당연한 보답이다“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모교와 사회, 교우 선후배님들로부터 받은 큰 사랑에 대한 작은 보답입니다. 고우봉사회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히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구승회(경영82) 교우회 감사3호김 태 훈나눔은 씨앗이다“제가 스무 살에 암 투병을 하며 받았던 따뜻한 도움을 이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으로 돌려 주려 합니다. 누군가의 어두운 터널 끝에서 따뜻한 등불이 되어 줄 고우봉사회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김태훈(경영03) 포르투갈교우회장4호여자교우회나눔은 공감과 배려다“10만 여자교우 여러분, 작은 나눔과 배려가 모이면 우리 이웃의 삶을 바꾸는 큰 힘이 됩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따뜻한 관심으로 함께해 주세요.” -조희진(법학81) 여자교우회장5호사범대교우회나눔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내가 가진 지식과 마음을 나눌 때 우리 사회의 교육 격차는 줄어들고 더 밝은 미래가 열립니다. 후배들이 펼쳐 가는 교육봉사에 교우 여러분도 따뜻한 마음으로 동행해 주세요.” -김미숙(지교81) 사범대교우회장6호최 광 열나눔은 연결이다“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습니다. 주변과 사회의 도움을 기대하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촘촘한 안전망이 되어 주는 사회를 바라며, 고우봉사회의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최광열(경영79) KYC재단 이사장7호옥 정 훈나눔은 온기다“민족고대가 사회 곳곳으로 나눔의 영역을 넓혀 가는 뜻깊은 일에 힘을 보탤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 손길이 우리 공동체의 취약계층까지 닿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옥정훈(불문92) (주)네이즈 대표이사8호문 규 영나눔은 행복의 선순환이다“진정한 행복은 나눔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은 나눔이 모여 우리 사회에 희망을 더하고, 그 희망이 모여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번 기부가 교우 사회에 나눔의 기쁨을 널리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규영(농학70) 아주복지재단 이사장9호권 오 섭나눔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너는 얼마가 더 있어야 기부를 시작하겠느냐’는 꿈속 질문에 바로 다음 날 동사무소를 찾아 2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한 사람의 나눔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만큼, 더 많은 사람이 그 뜻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눔으로 만들어 갈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교우 여러분도 꼭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권오섭(지질78) 메디힐 회장·모교 의대발전위원장
2026-09-15
조회수 : 8
-
-
-
최경숙(의학68) 고대교우의료봉사회 명예단장 / 최병한(의학68) 교우국내는 나, 해외는 남편이(1976~2026)제 의료봉사의 뿌리는 1976년 서울 시흥동 산동네에 자리했던 전진상의원이었습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으로 세워진 그곳에서 평복을 입은 수녀님들, 약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섬기는 직분’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남편 최병한(의학68) 선생과 결혼할 때도 저희는 작은 약속을 하나 나누었습니다. 해외는 남편이, 국내는 제가 맡아 각자의 자리에서 평생 의료봉사를 이어가자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대로 남편은 2004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중국 쓰촨, 아이티, 필리핀 타클로반, 네팔 등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고, 저는 이 땅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50년을 함께 걸어왔습니다.의사는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으로 가야, ‘힐링투게더 해피투게더’한 기자가 제게 “대한민국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인데 굳이 의료봉사가 왜 필요하냐”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불법 체류자, 쪽방촌 노숙인, 중증 장애인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봉사를 위한 봉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의사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2008년 이향애(의학65) 선배가 부인과 진료를 맡아 줄 의사를 찾던 그 부름이 제 평생의 방향을 바꾼 만남이었습니다. 1998년 모교 의대 여자교우회의 무료 진료 사업에서 시작해 2014년 정식 출범한 고대교우의료봉사회에서, 저는 이동식 ‘일일 종합병원’의 원장을 맡았습니다. 새벽부터 청소와 의약품 운반, 환자 안내까지 도맡아 준 교우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힐링투게더, 해피투게더’라는 말처럼 봉사는 결코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나에게 찾아온 환자는 나와 똑같은 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평생을 바쳐 배운 나눔의 전부였습니다. 사랑하는 고대의대 후배들에게도 오직 하나, 어떤 순간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참된 의사가 되어 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싶습니다.-최경숙(의학68) 고대교우의료봉사회 명예단장화상 입은 난민 소녀 치료 못해,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 되고파의료봉사를 하며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곳은 2017년 찾았던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이었습니다. 콕스 바자르 인근 철조망 안 100만 난민 거주 지역의 위생과 의료 환경은 참담했습니다.그곳에서 만난 아이의 얼굴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세살 때 입은 화상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팔과 관절이 굳은 아이였습니다. 여러 도움으로 아이는 한국에서 수술과 피부 이식을 받았습니다. 굳었던 팔을 펴고 웃던 아이를 보며,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소아과 대신 외과를 전공했더라면 칼을 잡고 더 많은 이를 직접 수술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혼잣말을 하곤 했습니다.암투병, 가족에게 남은 미안함과 고마움결혼 50주년, 세 자녀 앞에서 “해준 것이 없어 늘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 주었습니다. 세 차례 암투병으로 쇠약해진 아내를 위해, 몇 년간 출근 전 밥상을 차리며 곁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말기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곁을 지키는 시간도 하나님이 제게 주신 몫이라 믿습니다.고대교우의료봉사회가 모교의 이름을 빛내온 데 각별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려웠던 시절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이름 모를 도움 위에 세워졌습니다. 우리가 가진 의술과 온기를 가난하고 아픈 이웃과 나누는 일은 우리가 마땅히 갚아야 할 사랑의 빚입니다.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참된 후배 의사들이 이어지기를, 병상에서 간절히 기도합니다.-최병한(의학68) 교우* 암 투병 중에도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최병한 교우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6-09-15
조회수 : 448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