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궐도(국보 249호).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16책의 절첩식 화첩에 담았다. >모교 박물관·도서관 공동 주최국보급 소장품 연세대 박물관 압도고려대는 대한민국 국보 341점 중 4점, 보물 6점 등 총 13점을 보유해 연세대(국보 2점, 보물 3점)를 압도하며 국내 최고의 대학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대박물관에 소장 중인 자료들은 국내 국공립·사립박물관에 대여·전시하고 있 으며, 미국 일본, 그리스 등 해외전시도 활발히 진행하며 고려대학교의 위상과 대외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모교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박물관과 도서관의 희귀자료 120건과 학교사 자료를 포함한 특별전시를 마련했다. 개교 120주년 특별전 <120년의 고(高)·동(動), 미래 지성을 매혹하다>는 지난 4월 30일 전시 개막식을 가졌으며, 오는 12월 20 일까지 진행된다. 고(高)·동(動)이란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여 온 고려대학교를 뜻하며, 힘차게 고동치는 현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高 길과 신념, 가치로 그려낸 지도박물관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고高를 테마로 한 공간이 드러난다. ‘좌표를 찾아서’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전시에는, 논어의 한 구절인 앙지미고, 찬지미견(仰之彌高, 鑽之彌堅·우러러볼수록 더 높은 곳에 있고 뚫어볼수록 더 욱 굳세다)을 바탕으로 길을 찾기 위한 옛 선인들의 노력이 담겼다. 전시의 흐름은 하늘의 길을 재현해 시간을 측정하던 국보 ‘혼천시계’와 동서남북과 별자리로 땅의 길을 찾은 ‘지구전후황도남북항성합도’에서부터 시작해, 인 간의 길인 도덕을 찾기 위한 여러 신념의 징표들로 이어지며 우리 삶의 방향 성에 대한 통찰로까지 나아간다. 전시관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전후황도남북항성합도’는 1834년 최한기가 중국 장정병의 <지구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목판본 <지구전후도> 와 동일한 내용을 담아 명주 위에 그려낸 10폭 병풍 형식의 대형 지도로 세계지도와 천문도를 결합해 지리와 천문을 두루 담았다.지하 1층의 전시실에서는 우리 선인들의 굳은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충정공 민영환의 흔적이 눈에 띄는데, 손자였던 민병기 전 모교 교수가 기증했다. ‘충정공 혈죽’은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자결 순국한 민영환의 피묻은 옷을 보관하던 방에서 자란 대나무로, 그의 충절을 상징하는 의미 깊은 물건 중 하나다. 전시관에선 민영환이 입었던 서구식 군복과, 순국 전에 작성한 그의 유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환은 죽되 죽지 아니하고, 구천에서도 여러분을 기필코 돕기를 기약하니, 바라건대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들은 더욱더 분발 하여 힘쓰기를 더하고….” 그의 바람은 1945년 조선이 독립을 이룩하고 대한민국으로서 2025년을 맞 은 지금, 120주년의 고려대학교에 남겨져 미래 지성에게 이어지고 있다.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국보 177호)>려麗 일상과 예술 사이, 품격을 찾다려麗 전시관에선, ‘일상의 품격, 그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예복, 장신구, 자기 등의 예술품과 그 안에 아로새겨진 품격을 보여준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일상복 ‘심의’를 지나면, 커다란 병풍들로 시작되는 예술 작품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 중 ‘석란도’는 글과 그림에 능했던 조선 시대 흥선대원군의 작품으로, 부드러운 필선과 그의 대표적인 묵란화 구도법이 잘 드러난다. 전시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전통적인 느낌의 동양화에서부터 근대의 추상화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미술 화풍을 엿볼 수 있다. 20세기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 하는 화가인 이중섭의 ‘꽃과 노란 어린이’는 그가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하며 그 린 ‘군동’ 시리즈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 최초로 국제적 위상을 떨친 화가 김환기의 추상화 ‘월광’도 못지않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수근의 ‘복숭아’ 는 분홍색과 연두색을 조화롭게 사용해 화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일상의 품격이란 주제에 걸맞게 전시된 다양한 색의 자기들도 볼거리다. 찻잔, 주전자, 대접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 백자, 청자의 모습이 옛 선인들의 일상 전반에 녹아 있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특히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 정되는 ‘백자청화운룡문호’는 백자에 청색으로 새겨진 용의 자태가 자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용준(龍樽·용을 그린 술그릇)이다.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국보 177호)’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태를 담아 묻었던 용기로 1969년 9월 애기능 이공대 건축공사 중 발견됐는데, 외항과 내항이 함께 수습됐다.려麗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미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들이 중요 시했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용을 그린 술그릇인 백자청화운룡문호>대大 세상을 담은 시선, 남겨야 할 길대大 전시실은 인간이 살아온 세계, 그리고 그 흔적을 담은 기록들을 조명한다. 중앙에는 ‘동궐도(국보 249호)’가 자리 한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16책의 절첩식 화첩에 담은 궁중 회화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궁궐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한다. 계단의 수, 장독대의 모양, 정원의 조경까지 정밀하게 묘사된 이 그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19세기 궁궐의 생활상과 그 미학을 보여주는 시각적 문헌이다. 특히 ‘천지인’ 세 벌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 중 ‘인 (人)’ 권본은 현재 모교 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제작 시기는 1824년 창덕궁 화재 이후, 1830년 이전으로 추정되며, 극비 였던 궁궐 내부를 누가, 어떤 목적에서 이렇게 치밀하게 그렸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같은 전시실에서 정선의 ‘금강산도’도 만날 수 있다. 겹겹 이 쌓인 봉우리 사이로 드러나는 음양의 조화, 세밀한 필치로 구현된 자연은 인간의 세계 인식과 미의식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지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유물인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 2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조선시대 지도는 전국의 봉수망을 상세히 담아, 당대의 통신망과 지리 인식을 생생히 전한다. 대大 전시실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묻는 사유의 공간이다.<정선의 금강산도>학學 배움의 여정, 글자가 길을 만든다학學 전시는 ‘배우고, 가르치고, 익히는 일’에 관한 기록을 통해 모교의 정신과 한국 학문의 깊이를 되새기게 한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유물은 ‘훈민정음 언해본’. 문자 창제의 원리와 정신이 담긴 이 책은 세종이 꿈꾼 ‘모두를 위한 배움’의 실천이었다. 이어 등장하는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백성을 위한 문자의 가능성을 현 실로 보여준다.국보 ‘용감수경(국보 291호)’은 요나라 승려 행균이 997년에 편찬한 한자 자전을 11세기 고려시대 때 전라도 나주에서 목판으로 간행 한 책으로 중국에서는 찾을 수가 없고 고려대학교 소장본이 세계 유일본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학學 전시를 통해 관객은 한 권의 책, 한 글자의 무게를 통해 우리가 어떻 게 배우고, 그 배움을 어떻게 이어 왔는지를 성찰하게 된다.<용감수경(국보 291호). 요나라 시대 한자자전으로 세계 유일의 자료>교校 120년,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온 시간학學을 지나 교校에서는 모교가 걸어온 120년 의 여정을 따라, 교육을 통해 세운 이상과 실천의 역사를 되짚는다. 전시는 1905년 ‘교육구국’ 을 기치로 설립된 보성전문학교에서 시작된다. 모교는 고종 황제로부터 ‘보성’이라는 교명을 하사받아, 이용익·손병희·김성수 선생으로 이어지는 지도자들의 헌신 아래 민족 고등교육의 씨앗으로 자라났다.전시실에는 ‘3·1운동 형사소송기록’, ‘4·18 의거 부상자 명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4·19 혁명에 이르기까지,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모교 구성원들의 참여는 교육이 곧 실천이었음을 증명해준다. 특히 4·18 의거 당시 학생들이 머리에 둘렀던 수건은 자유를 향한 함성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유물이다.전시의 말미에는 과학·의학·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룬 모교의 학문적 성취가 소개된다. 1990년대 과학화·세계화를 향한 도약, 2000년대 세계 100 대 대학 진입을 위한 전진, 그리고 올해 개교 120 주년이라는 이정표까지—모교는 늘 시대의 변 화에 응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왔다.<장승업의 잡화도>120년의 기록, 다음을 비추다고高 려麗 대大 학學 교校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고려대학교 120년의 사상과 문화, 실천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하늘과 땅, 인간의 길에서부터 예술과 일상의 품격, 기록과 기억, 학문의 집대성, 그리고 교육의 실천까지, 모교의 이상은 시대를 관통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는 과거의 회고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앞으로의 120년을 어떻게 써나갈지 묻는 살아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모교 박물관 개관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입장시간 관람종료 1 시간 전까지 가능 휴관일 매주 일요일 및 월요일, 법정 공휴일, 박물관 규정에 정한 휴관일위치 고려대학교 정문 오른쪽, 삼성100주년기념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