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교 국문과를 나온 아나운서 출신으로,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깊습니다” 아나운서, 17·18대 국회의원 이계진(국문66) 교우 국어기본법 제정 하나만으로도 17대 국회는 제 일 했다 생각해우리말글 ‘폭망’의 주범은 방송, 방송이 정신 차려야이계진 교우는 2005년 모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의 사회를 봤다.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고 회고했다. 행사가 끝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빈 여러분, 오늘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200주년 기념식에는 제가 사회를 못 볼 것 같습니다.” ‘낙엽 타는 연기가 오르는 집을 찾아오면 된다’는 길 안내를 따라 곤지암 건업리 자택으로 찾아가 ‘친근하고 점잖은 아나운서’, ‘후원금 받지 않고 정치한 2선 의원’, ‘고발 한 번 못 당하고 물러난 당 대변인’, ‘밀짚모자가 자연스러운 농사꾼’ 이 교우를 만났다. - 선생님 이름으로 검색하니 오랜 공백을 지나 작년부터 방송 출연도 하시고, 블로그 글도 올리시고, 책도 출간하셨습니다.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는지요?“특별한 심경의 변화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주기와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정치를 그만둔 뒤에 모든 공적인 활동을 안 하겠다 마음먹었고, 여기 묻혀 농사 일 하고 차 마시고 책 읽고 하는 일상이 소중했어요. 그러다 내 삶의 이야기를 좀 마무리를 하자, 빛나던 시절은 빛나던 시절대로 또 힘든 일은 힘든 일대로 내가 살아온 길을 남겨놓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나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한 방법일 것 같아서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쓰고, 그걸 책으로 냈어요. 방송은 그동안 꾸준히 제의가 들어왔지만, 이 나이에 갈 곳과 가지 않아야 할 곳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에 대부분 고사해 왔지요. 앞으로 결국은 여기에서 잘 늙어 가고 내 인생의 마무리를 괜찮게 했으면 좋겠어요. 회향이 중요하거든요.”- 1973년 KBS 공채 1기로 아나운서의 길로 들어서서 SBS, 프리랜서를 거치며 30여 년 인기 있는 아나운서였지만 처음에는 무명의 시간이 있으셨던 것으로 압니다“나는 아나운서가 되면 바로 프로그램하고 빛나는 줄 알았어요. 조금 있으면 프로그램이 나한테 오겠지 한 것이 8년이었어요. 8년이면 매미가 땅속에 있는 세월 비슷해요. 그동안 나는 언제든지 내게 프로그램이 오면 당황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물 만난 듯이 방송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수련을 많이 했어요. 이희승 국어대사전을 외다시피 읽었고, 우리말의 장단과 고저를 연구했어요. 나중에 프로그램을 맡아 잘 되니까 사람들이 어디서 하루아침에 이계진이 나온 것처럼 아는 게 저는 좀 서운하더라고요. 바쁠 때는 하루에 옷을 여덟 번 갈아입은 적도 있어요. 땅속 매미 시절에 고대 선배 이규항, 장기범 아나운서가 힘이 많이 됐어요.”- 2004년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18대까지 8년 간 정계에 계셨습니다. 그때 ‘국어기본법’을 통과시키고,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제정하셨는데요“나는 아나운서 출신이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를 나온 사람으로서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있어요. 국어기본법이 정부 입법으로 나왔다가 무산된 걸 알고 국회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문광위원회 여러 사람 설득하고 내가 입법 설명을 해서 통과시켰어요. 난 그거 하나만으로도 17대 국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또, 당시에 한글날이 기념일로 추락했었어요. 그래서 한글날 국경일 재지정 법안을 내니까 보좌관이 그거 이미 낸 사람들이 또 있을 거라고 해서 그걸 같이 해서 통과시켰고요. 그리고 국어 관련해서 내가 한 일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서울시 간판 정비 사업이에요. 옛날에는 간판들이 건물을 다 가릴 정도로 크고 보기 흉했는데, 내가 파리에 견학도 다녀오고 하면서 간판 개선 운동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간판들이 작고 예뻐졌지요. 한 가지, 인천공항이 생길 때 공항 이름을 ‘세종인천공항’으로 하자고 했는데 시민들 반대 때문에 못한 게 지금까지도 너무 아쉬워요.”- 국문학을 전공하시고, 우리말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셨고, 꾸준히 글을 쓰신 스승이자 선배로서, 이 시대 우리말글의 세태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즘 애들이 잘 쓰는 말로 ‘폭망’이지 뭐. 어디다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맨날 한글날 되면 우리글이 망가졌다는데 우리글은 하나도 안 망가졌어요. 자모가 어디가 망가져, 우리 말이 망가졌지. 말을 망가뜨리고 즐겨요. 그걸 즐기지 않으면 또 뒤처진 사람이 돼요. 세태가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 주범이 방송이에요. 방송 정신 차려야 합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교우회보를 보시는 교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우리 고대 출신 교우들은 각자 이 세상을 올바로 잘 살아서 모교를 빛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고대는 나를 길러줬으니까.” 주은 편집국장이계진 교우는…1973년부터 KBS, SBS 방송국, 프리랜서 등 30여 년 아나운서로 활동. 2004년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 당선 후 국어기본법, 한글날 재국경화 등 입법. 현재 제13대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
2024-10-15
조회수 : 929
-
“스스로의 울분을 온전히 간직하는 것이 나의 무력한 정의다” 소설가 김훈(영문68, 중퇴) 내 마음 속에 절여져 있던 간절한 것들이밖으로 새어 나와 공적 개방성에 도달하기를- 《허송세월》에 보면 큰 병을 겪으신 이야기가 있다. 병 이후로 ‘더 미룰 수 없겠다 싶어’ 소설 《하얼빈》을 쓰셨고, 이번에 산문집을 묶으셨다. 글쓰기에서 자각하여 느끼시기에 ‘내가 좀 달라졌구나’ 하는 점이 있나“퇴원해 보니, 여생의 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이 모자라므로, 문장을 더욱 짧게 쓰고 수다를 떨지 말기로 결심했는데, 이것은 내가 늘 지향하던 바였다.이 세상에 바싹 다가가야 한다는 열망과, 이 세상을 끊고 돌아서야 한다는 내향성이 내 마음 속에서 늘 동시병발하고 있다. 이것은 갈등이나 충돌이 아니고, 흔들리는 균형이다. 이 긴장된 자리가 나의 제 자리이다. 《허송세월》에 실린 글들은 절반 이상이 2024년 4월에서 5월 사이에 쓴 것들이다. 이 글을 쓸 때 나는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없다.”- 선생님께서는 소설과 에세이를 주로 쓰셨다. 그리고 ‘김훈 문체’로 독보적인 작가가 되셨다. 저는 선생님의 ‘문체’가 약간은 반칙이라고 생각해 왔다. 선생님은 논리와 인과의 문장 틀을 가져와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시거나, 감정과 정서의 영역에서 가장 논리적인 척하신다고 할까. 이 문체는 ‘내 감정/느낌/서정이 이래서 맞다/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나는 ‘옳음’과 ‘그름’을 미리 설정해 놓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옳음’과 ‘그름’을 표준으로 세상을 관찰하지도 않는다. 자유, 정의, 진리, 진보, 평등, 박애를 외치는 일은 쉽고, 무엇이 그것인지를 판단하고 또 말하는 일은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대학은 이 끝없는 어려움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일 터이다. 나는 우선 나 자신에게 간절한 기쁨과 아름다움, 연민과 희망과 절망, 고통과 짜증, 그리움과 기다림, 분노와 공포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내 마음 속에서 잘 절여져 있다가 밖으로 조금씩 새어 나와서 공적 개방성에 도달하기를 나는 소망한다. 완벽하고 거대한 관념적 원리로부터 연역되어 나온 언어들은 그것이 아무리 논리 정합적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읽은 책을 들이대면서 쓴 글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글쓰기는 무엇에 대해 어떻게 쓰시든 ‘김훈의 단호한 선언’이 되는 바가 있다. 언제나 좀 너무 단호해서 읽는 사람 마음을 밀쳐내는 데가 있었고. 그런데 이번 산문집을 읽으면서는 선생님께서 ‘외롭다, 같이 웃고 싶다’고 하시는 듯한 대목들이 있었다. ‘늙기의 즐거움’에서 술 이야기를 한참 하시다 담배 이야기로 넘어갈 때 라든지. 선생님께서는 일상에서 크게 웃을 때가 있나“나의 웃음은 대부분이 혼자서 웃는 웃음이다. 학교 마당에서 공차는 소년들, 립스틱을 바른 여고생들, 유치원 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춤추는 여교사들, 저녁 술집에 모여서 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 걸을 때도 춤추듯이 걷는 어린아이들, 바위 위에 올라와서 햇볕을 쪼이는 공원 연못의 거북이들, 시베리아에서 일산으로 날아온 겨울 철새들을 보면서 나는 혼자서 웃는다. 악다구니하는 정치 현수막 아래서 키스하는 연인들을 보면 나는 좋아서 웃고, 슬퍼서 웃는다. 나에게는 혼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 많다. 이것은 나의 ‘혼웃’이다.”-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시는 동안 겪으신 ‘심판’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 혼수에서 깨자마자 주머니를 뒤져 그 ‘취재수첩’을 찾으셨다는 일화로 ‘생사를 오가는 흔한 중환자 김훈’을 말끔히 씻어내셨다. ‘모든 생명은 본래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가득 차며 스스로의 빛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이어서, 여름 호수에 연꽃이 피는 사태는 언어로써 범접할 수 없었다.’의 ‘아름다움’과 ‘취재수첩’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나?“‘취재수첩’은 내 오랜 밥벌이가 가져다 준 직업병의 증세이다. 이것은 비극도 아니고 희극도 아니다. 인간들 사이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친절과 상냥함, 가벼운 것들의 무게로 내 ‘취재수첩’을 채우고 싶은 소망이 여전히 나에게는 남아 있다.”- 선생님께서 집앞 나무에 깃들어 둥지를 짓는 어치 이야기를 적어 가실 때, 전작들을 다 보아서 그 감독의 ‘성향’을 아는 관객처럼 어치가 탈이 나리라는 조바심이 있었다. 어치의 알 두 개가 곯아버린 것이 가엾고 아까우셨나“이 세계에서 인간의 생명은 날마다 학대받고 쫓겨나고, 압살당하고 있다. 생명은 집단 폐사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 현장의 인명 훼손은 자본주의의 제단에 바치는 대규모 인신공양과도 같다. 이 고대(古代)의 풍속은 이제 법제화되어 있고 일상화되어 있다. 이것은 추호의 과장이 아니다. 그러니, 썩어 버린 새알 두 개를 괴로워하는 심회를 풀어낸 것을 어찌 글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스스로의 울분을 온전히 간직할 뿐이다. 이것이 나의 무력한 정의다.”정리 주은 편집국장김훈 소설가는…1948년 서울 생.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외 여럿.
2024-10-15
조회수 : 653
-
모교 야구부 감독 김지훈(체교92) 교우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95년 고연전 야구 경기선수들 리쿠르팅에 무거운 책임 느껴20년이 지났어도 … 통한의 그 고연전!정기전 얘기가 나오자마자 김지훈 감독의 눈이 축축해졌다. 김 감독은 92년에 모교 입학, 92, 93, 94, 95년 네 번의 정기전을 치렀다. 김 감독이 입학한 해 고대 야구부는 ‘황금의 92학번’ 전설로 내려온다. 고 조성민(경영), 손혁(체교) 현 한화이글스 단장, 홍원기(체교) 현 키움히어로즈 감독, 김종국(체교)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 김선섭(체교), 유진호 7명이 입학해 7명 모두 졸업했다. 그런 예가 없었다. 모두가 연대의 우세를 점치던 92년, 93년 정기전야구는 오히려 한 점 차로 고대가 승리했다. 94년 정기전은 7:5로 이겼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대학시절 마지막 정기전에서 9:5로 고배를 마셨다. 그 마지막 경기가, 20년이 지나서도 돌이키는 순간 지천명 넘긴 남자를 눈물 나게 하는 한 맺힌 게임이다.대통령기에서 힘 빼고 서서히 달구어서 정기전 가자보통 대학 야구는 봄 U-리그를 시작으로 춘계대학야구선수권, 여름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가을 U-리그 왕중왕전의 흐름으로 1년이 돌아간다. 그런데 모교는 좀 다르다. 정기고연전이 그해의 ‘결승전’이 되는 분위기가 있다. 7월 말부터 8월 20일까지 밀양에서 대통령기를 끝내고 돌아와 잠깐 숨 돌리고 있는 김지훈 감독을 송추 고려대야구장에서 만났다. 대통령기에서 고대는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대통령기의 경기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오히려 대통령기에서 체력을 다 소진하자는 계획이었다. 그 다음 서서히 연습량을 늘리면서 9월 말 정기전에 적절한 체력 상태로 뛸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른 팀은 무더위 때문에 경기 전에 타격 훈련도 안 할 때 우리는 오히려 조금씩 연습을 시켰다. 투수 중에도 어깨 아픈 선수들이 많아서 페이스 조절을 하려고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았는데, 의외로 방망이가 잘 쳐 줘서 그만큼 성적을 낸 것이다. 준결승에서 우리가 치고 나가면 이길 만한 접전이었는데 진 게 아쉽다.”MZ 선수들, 달라진 대학 야구, 무거운 책임감올해 2월 모교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김 감독은 프로구단에서 선수와 코치로 20년 넘게 활약했다. 마지막 1년여 기아의 스카우터로 있을 때는 선수 지명 안목이 뛰어나 세간에서 화제가 됐다. 20여 년 만에 모교 감독으로 부임한 소감을 물었다.“우리 학교 야구부는 예전부터 규율이 엄격하기로 안팎에 유명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 MZ들이 선수로 뛰지 않나. 올 초에 부임하고 일본 전지훈련부터 합류하면서 쭉 선수들을 관찰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좀 위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프로 시절부터 알던 멘탈 코치를 모셔왔다. 선수들 훈련도 같이 보고 상담도 하고 하면서 확실히 좀 영향이 있다고 느낀다. 또 바이오 메카닉스를 하고 있다. 선수들 훈련 영상을 미국 전문가에게 보내 분석을 받는다.”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 특히 4학년 선수들의 ‘리쿠르팅’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전과 달리 요즘은 고교 야구에서 프로구단으로 먼저 빠지고 남은 선수들이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다 보니 특히 4학년 선수들의 미래를 열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제 자신이 스카우터 경력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스카우터 눈에 선수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도 퍼포먼스를 더 잘 이끌어 내도록 독려한다.”전력 약세는 팩트, 목표는 크로스 게임올해 고연전 얘기를 꺼냈다. 연대팀의 강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단연 6, 7이닝을 버텨 주는 믿음직한 투수. 작년 고연전에 선발로 나왔던 강민구 연대 투수 얘기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디펜스 야구를 하려면 센터가 강해야 한다. 그 중심이 투수다. 지금 우리 팀에 가장 아쉬는 것도 마운드에 등판했을 때 포수와 야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강한 투수다. 솔직히 전력상 연대를 제압할 수는 없을 거라고 얘기하는 김 감독. 그래서 목표는 최대한 크로스 게임을 하면서 2, 3점 내로 붙어 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끝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어떤 계획’이 있음을 내비치며 미소를 지었다.응원에 진심이 되게 하는 마력지난달 초 김동원 모교총장이 5개 운동부 감독 격려 오찬자리에서 ‘너무 가라앉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지키는 속에서의 정중동’을 말씀하셨을 때 김 감독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95년 정기전에서 너무 들떠서 경기를 내줬다고 내심 생각해 오고 있었기 때문. 모교로 부임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정기전 생각이 났고, 자신뿐 아니라 고대 출신이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김 감독을 보고 있자니 올해 정기전에서 야구만큼은 진심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온다. 마지막으로 교우님들에게 한 말씀 부탁했다.“처음은 제 후배들이라는 마음, 다음은 제자들이라는 마음, 마지막은 자식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경기하겠다.” 주은 편집국장
2024-09-11
조회수 : 292
-
모교 아이스하키부 감독 김우영(체교07) 교우 아이스하키 관전 포인트 ‘파워플레이 찬스’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자가 승부를 가른다‘블리드(Bleed) KU’. 우리 몸 속에 빨간 피가 흐르듯, 선수들의 몸엔 고대의 피가 흐른다. 선수들 모두 고대정신을 가졌다는 뜻으로, 모교 아이스하키부의 코칭스태프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이번 정기 고연전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다부진 말투로 ‘블리드 KU’를 설명하며 “이 한 몸 바쳐 이번 정기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고 다짐하는 김우영 감독을 만났다. 학생·국가대표·코치·감독까지 … “얼음판에선 감독, 라커룸에선 선배로”김 감독은 모교 선수와 주장, 코치, 감독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고대의 피가 흐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3월 모교 아이스하키부 감독에 임명된 김 감독은 2007년 모교 체육교육과 입학 후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0년 모교 아이스하키부 주장, 2011~2021년 실업팀, 2021년 모교 아이스하키부 코치까지 다양한 직군을 역임했다.김 감독은 본인의 학창시절을 “후배들에게 장난도 많이 쳤지만, 확실히 운동은 열심히 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얼음판에서는 감독이지만, 라커룸에서 장비를 벗는 순간부터 얼음판에서 있었던 좋은 일, 안 좋은 일 다 털고 한 명의 선배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 한다”며 “좋은 하키선수, 좋은 학생선수, 나아가 좋은 사람 만들기를 목표로 감독으로서의 강약조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이 됐다고 해서 무게를 잡지는 않는다”며 “코칭스태프가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다 보니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오고, 집에서는 하지 못하는 여자친구 이야기 등 많은 부분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절실한 마음으로 … 정기전 전략은 ‘몸싸움 타이밍’고연전의 무게에 대해 김 감독은 “학생 선수의 고연전은 ‘전쟁’과도 같다”며 “절실하게 승리를 원하는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과정을 즐기면서 임한다면, 고생한 만큼의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정기전의 전략을 묻자, ‘몸싸움 타이밍을 잡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아이스하키는 몸싸움의 스포츠”라며 “몸싸움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겁을 먹느냐 아니냐가 몸싸움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몸싸움 타이밍이 왔을 때 겁먹지 말고 대응하고, 상대와의 스틱 싸움 등 1대 1 상황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전략을 전했다.올해 아이스하키부는 ‘스피드’를 모토로 훈련 중이다. 김 감독은 “아이스하키도 시대 흐름을 타는데, 요즘은 스피드감이 중요해 스피드를 살리는 걸 목표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아이스하키의 과제는 ‘경기 수 늘리기’아이스하키는 현재 모교에 존재하는 5개 운동부 중 경기수가 가장 적다고 알려졌다. 전국의 대학 아이스하키부는 4개뿐이며, 실업팀은 HL 안양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처럼 가능한 경기 수가 적다 보니, 시즌이 끝나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합 수를 늘리기 위해 해외 전지훈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캐나다에서 일본까지, 정기전 앞두고 연이은 해외 전지훈련모교 아이스하키부는 올 초 캐나다 밴쿠버·캘거리 등지에서 다수의 해외 전지훈련 경기를 진행했다. 밴쿠버에서 진행된 첫 경기 승리 후, 분위기를 타고 이어진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정기전 직전 마지막 해외 전지훈련은 일본이다. 19박 20일 동안 와세다 대학, 일본 실업팀 오지이글스 등과 총 9경기를 뛰는 일정이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얼마나 꾸준한 경기력으로 임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는 기대를 전했다. 또 “일본에서의 9경기 중 목표는 6승”이라는 목표를 힘주어 전했다. 다가오는 정기전 … 모교 아이스하키의 ‘흑역사’는 잊어라연이은 해외 전지훈련 후 대망의 첫 경기는 정기 고연전이다. 고연전을 앞두고 연세대와의 전력 비교를 묻자, 김 감독의 냉철한 분석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개개인의 선수로 비교를 하자면 어떤 부분은 연대가 낫고, 어떤 부분은 우리 선수가 낫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해 5대 5다”라며 “얼마나 긴장을 안 하고 즐기는가가 경기장에서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정기전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아이스하키는 반칙을 했을 때 ‘파워플레이 찬스’가 주어지는데, 그 찬스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가 정기전의 관전 포인트”라고 집었다.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모교 정기전에서 아이스하키 종목은 ‘지고 간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인식들을 노력해서 바꾸려 하고 있고,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도 키우고 있다”며 “이번 정기전에서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2024-09-11
조회수 : 1051
-
주식회사 지나인(G9) 대표 선현우(불문99) 교우 외국인 입장에서 고민 … ‘쉽게 쓴’ 한국어 교육추후 이민 2세대·이주노동자 위한 강의 준비“한글은 쉬운데, 한국어는 어려워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겪는 난관이다. 한글 문자 자체는 과학적으로 이해 가능하나, 한국어의 문장구조는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선현우 교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ite-sized(한 입 거리) 한국어’란 모토를 내걸었다. 유튜브부터 공식 온라인 강의까지, 초급부터 고급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학습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를 넘어 ‘다언어화’ 사회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한국어 교육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선현우 교우를 만났다.외국인의 눈높이에서 고민 … “교실 수업보다 이해가 쉽다”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한국어는 영어와 문장 구조가 다르고, 형용사와 동사를 구분하는 것부터 다르다. 선 교우는 “예를 들어 ‘이것은 편한(convenient) 이에요’, ‘선생님은 웃긴(funny) 이에요’ 라고 하면 안 되고, ‘편해요’, ‘웃겨요’ 라고 해야 하는데 이 개념을 깨는 데 오래 걸린다”며 “‘은, 는, 이, 가’ 등 조사, ‘바쁘다’를 ‘바브다’, ‘파쁘다’고 하는 등 된소리 구분도 어려워들 한다”고 덧붙였다.이를 어떻게 쉽게 가르칠까 고민하던 선 교우는, 본인이 외국어를 배울 때 무엇을 힘들어했는지 떠올리며 힌트를 얻었다. 선 교우는 “제가 한국에서 외국어를 독학했던 노하우가 많이 도움이 됐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50대 가장이 한국 유학을 올 수는 없듯, 결국 자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현재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bite-sized(한 입 거리)’ 한국어를 기치로 삼아 체계적인 학습 단계를 꾸몄고,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수업 방식을 만들어 ‘교실 수업보다 이해가 쉽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교재 제작과 유튜브까지 … 창의력 발휘하는 사내문화선 교우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지나인은 ‘톡투미 인 코리안(Talk To Me In Korean, TTMIK)’ 등 한국어 교육 플랫폼을 제공한다. 총 46여 종의 자체 교재 제작, 공식 사이트 외 1000여 개 온라인 강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두고 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181만 명,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팔로워 각각 24만 명과 12만 명 등 인기를 얻고 있다.선 교우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존중한다. 직원들의 업무가 유튜브 제작·교재 제작·온라인 강의 제작 등인 만큼, ‘크리에이터(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선 교우는 “회사가 점차 체계가 잡히면서 창작자들의 창의성이 점점 억눌리는 면이 있었다”며 “이를 되살리기 위해 자율출근제를 도입하고, 또 자유롭게 퇴근해 팀워크를 다지는 ‘땡땡이 쿠폰’을 신설하는 등 자기의 리듬에 맞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주 수강층은 ‘한국 거주 외국인’선 교우가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 플랫폼 TTMIK의 주 수강층을 묻자, ‘한국 거주 외국인’이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선 교우는 “한국이 교육 시청이나 수강 국가 중 꾸준히 2~3위를 차지한다”며 “막상 한국에 거주하다 보니 언어가 저절로 늘지는 않고, 한국어가 더 급해지고 필요성을 여실히 깨달아서 수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 이외에는 주로 미국, 유럽 등지에 수강생이 분포돼 있다. 강의가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동남아 등지에선 무료 강의는 수요가 많으나, 물가 차이 때문에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선 교우의 설명이다. 선 교우는 추후 이민 2세대를 위한 한국어 교육, 또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현실 한국어 강의 등을 준비 중이다. 10년 후, ‘다언어화’ 사회 전망선 교우는 1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가 ‘다언어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선 교우는 “현재 다언어화가 진행되고 있는 싱가포르 등 국가에 가면, 손님의 국적을 유추해 영어·중국어 등을 골라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며 “미래에 우리가 한 가지 언어로만 소통할 것이란 보장은 없으니, 이번 기회에 교우분들은 외국어에 도전해 보고, 글로벌 교우들은 한국어를 배워보길 바란다”고 전했다.선 교우는 한국어 교육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선 교우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어 교육은 아예 업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어엿한 업계가 생겼고, 대기업에서도 진출해 있듯 한국어 교육 콘텐츠와 창작자들이 생기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온다”며 환하게 웃었다.
2024-09-11
조회수 : 100
-
모교 농구부 감독 주희정(체교95) 교우 2018년 코치 부임, 고려대 농구 천하를 열다“고연전, 초심으로 돌아가 승리하겠다”모두가 질 거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MBC배 농구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연세대는 에이스들이 복귀하며 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상황이었다. 언론에서 연대가 이길 확률이 60%가 넘는다고 예측했다. 경기 시작 전 로커룸에서, 주희정 농구부 감독은 말 없이 노래 <질풍가도>를 틀었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이 노래를 듣고 코트로 나선 선수들은 연세대를 64-57로 이기며 대회 통산 14번째 정상에 오르는 드라마를 선보였다. 주 감독은 2018년 모교 농구부 코치로 부임한 후 2년 만에 정식 감독이 됐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전과 플레이오프전 통합우승을 안기며 ‘대학농구 고대천하’ 시대를 열었다. 9월 정기 고연전을 앞둔 주 감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엄한 호랑이 감독님주 감독은 자칭타칭 ‘호랑이 감독님’이다. 선수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엄하게 대한다. 주 감독이 돌아서고 나서야 울음을 터뜨리는 선수들도 있다. “훈련 때 긴장해서 하지 않으면 실제 시합 때 기량이 안 나오니깐요. 대신 훈련은 하루 2시간 넘지 않게 합니다. 대학교라도 아마추어처럼 하는 게 아니라, 프로처럼 할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연습하게 하는 거죠.” 그러나 주 감독은 선수 시절 혹독한 자기관리로 20년간 1000경기 이상을 뛴,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운 ‘연습 괴물’이었다. “선수 땐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연습을 매일 했죠. 그런데 세상은 자꾸 변하는데 옛날 방식대로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훈련 시간에 모든 집중력을 쏟을 수 있도록 선수들이 쉴 시간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토요일은 무조건 외박을 허락하는 등 다른 대학농구팀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충분한 휴식을 준다. 선수들이 훈련에 온전히 집중하고, 쉰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농구에 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원칙은 소통과 태도주 감독의 지도자 여정이 승승장구였던 것은 아니다. 5개월의 코치생활 직후 감독 대행을 맡으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정식 감독이 아니어서 선수들과 합을 맞추기 어려웠고, 제가 선수들한테 끌려가더라고요. 정식감독이 된 2020년부터 선수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내가 원칙을 세워서 내가 이끄는 농구팀을 만들기 시작했죠.” 소통을 중시하는 주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작정 명령하지 않고, 왜 이 기술을 써야 하는지 이해시킨다. “실수는 좋은 경험입니다. 반복하지만 않으면 되죠. 실수를 하면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고 반성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왜 틀렸는지, 다음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어 줍니다. 선수들도 제 말을 이해해 주면서 열심히 따라와 주고 있고요.” 그러나 주 감독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었다. “저한테 처음 오면 농구기술이 아니라 인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닌데, 다들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1대1 농구만 했더라고요. 같이 하는 법을 모르는 거죠. 그래서 프로로서의 태도, 예의범절과 인사를 먼저 가르칩니다. 조금이라도 등한시하면 엄청 혼냅니다. 배우려는 태도가 먼저 돼야 실력을 갖출 수 있으니깐요.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 신념이 그래요.” 고연전, 초심으로 돌아가 무조건 이길 것주 감독이 이끄는 농구부는 코로나 이후 2022년부터 재개된 정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올해 연대와의 전적도 9전9승으로, 9월 열릴 정기전에서 가뿐히 승리할 거라 예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주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력은 연대와 비슷하다”며 “이전의 승리는 모두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어려운 게 정상을 지키는 겁니다. 치고 올라가는 것보다 어렵죠. 그래서 매 경기, 매 쿼터마다 이전의 승리를 잊으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선수들이 잊지 않는다면 이번 정기전도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교 농구부의 강점은 빠른 속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능력이다. 지난달 mbc배 농구대회 결승전에서도 연대의 강점인 3점슛을 봉쇄하고 수비에 사활을 걸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저희의 강점인 수비농구를 할 겁니다. 공격 실력은 연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수비에 승부를 걸고,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도록 빠른 속도의 경기를 할 겁니다. 스포츠에 당연한 건 없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교우분들, 후배님들 기쁘게 해드릴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유진 기자
2024-08-13
조회수 : 1379
-
-
“인생 100세 시대, 미래교육원 통해 제2의 인생 개척하길” 모교 미래교육원 유석훈(영문78) 원장·언어학과 교수 사람들에게 익숙한 ‘평생교육원’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미래교육원’으로 바꿔 단 것은 유석훈 원장의 결정이다. 인생의 과거 섹터가 더 큰 듯하다가 미래가 성큼 열리는 느낌은 기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야심 차게 구상한 미래교육원의 커리큘럼 ‘케이-에듀(K(U)-Edu)’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을 꿈꾸는 유석훈 원장. 인터뷰를 위해 찾은 모교 라이시움 건물 2층, 원장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화이트보드는 유 원장의 머릿속처럼 미래교육원의 청사진과 로드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환한 미소 속, 미래교육원의 성장을 확신하는 유석훈 원장의 눈이 밝게 빛났다.미래교육원의 역사와 ‘유석훈’의 미래교육원미래교육원은 1996년 설립된 사회교육원의 후신이다. 평생교육원으로 한 번 바뀌었고, 유 원장을 만나 미래교육원으로 거듭났다. 모교 부설 한국어교육센터장, 출판문화원장 등 여러 보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유 원장이 2023년 4월 미래교육원장에 임명되면서 좀 더 진취적인 철학이 담긴 이름을 고민한 결과다. 유 원장은 “이전까지는 인근 주민들이 주된 수강생이었지만, 현재는 20~80대의 은퇴자·이직/취/창업 준비자·전문가 교류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로 수강생 구성이 확대됐고 먼 곳에서 수강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며 “향후 40여 만명의 교우들과 재학생도 수강 후보군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미래교육원 커리큘럼과 대표 강의미래교육원은 현재 수학·심리학·회화 등 학사 학위 과정과, AI 관련 과정·수필/시 창작·한문서예·온라인마케팅·실전명리학·명강사최고위·시니어모델테이너·스피치와 리더십·법원부동산·국제미술 도슨트 과정 등의 과목으로 구성된 비학위과정 투 트랙을 운영 중이다.대표 강의 소개를 부탁하자 유 원장의 얼굴에 자부심 어린 미소가 피어났다. 학위과정에서는 ‘수학’, 비학위과정에서는 ‘AI 관련 과정’을 선뜻 꼽았다. “수학은 전국적으로 두 곳, 서울에서는 우리 교육원에서만 개설된다”며 “AI 시대 수학 연산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적 배경도 있고, 주로 진학, 유학, 학원 강의 등을 목적으로 수강한다”고 말했다. AI 관련 과정은 경력 단절 여성,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유 원장은 “챗GPT를 활용해 영어 동화 원고를 작성, 미국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아마존에서 판매도 하시는 분들이 강단에 선다”며 “수강생들에게 대단히 유익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3단계 커리큘럼 도입유 원장의 미래교육원이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 또 하나는 ‘3단계 커리큘럼(Triple-Track Curriculum)’ 도입이다. UN이 2015년에 채택한 인류의 보편적 문제, 지구 환경문제, 경제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과목들에 ‘기초/일반-자격증 및 전문가-최고위 과정’ 3단계를 도입한 것이다. 기초/일반 과정은 취미, 자격증 및 전문가 과정은 자격증 취득, 최고위 과정은 전문 지식 함양과 네트워킹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등록하도록 안내한다. 향후 더 다양한 과목들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캠퍼스기반 은퇴자 커뮤니티’를 향하여유 원장은 “인구 절벽의 시대에 대학 입학정원 감소가 필연적인 상황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대학 캠퍼스 기반 은퇴자 커뮤니티(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UBRC)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기반 은퇴자공동체는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 등 100여 대학 캠퍼스에서 지난 30년 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은퇴자 주거 및 교육시설이다. 유 원장은 “모교의 우수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장래가 밝다”며 “주춧돌을 놓는 마음으로 국내외 교우들을 포함하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교우는 수강료 할인, 교우들의 관심이 필요교우들은 일반과정에 한해 20% 수강료 할인과 도서관 이용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수강 희망 과정도 특별히 개설될 수 있다. 유 원장은 “인생 100세 시대에 본교 교우들이 미래교육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함과 동시에 다채로운 여가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4-08-13
조회수 : 184
-
“상상을 이어가는 한, 한 줌의 땅은 있는 게 아닐까요” 시인문보영(교육11) 교우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고, 2017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귀찮은 건 빨리 해치우고’라고 생각하신 걸까요? (웃음) 과찬이세요. 등단을 했을 당시에는, 제 스타일과 색깔이 정립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등단을 했을 때에는 발표할 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쌓아둔 재고가 없었어요. 그래서 발표 기회가 왔을 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를 썼어요. 다만, 폴더를 두 개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시 폴더’ 하나는 ‘아직 시가 아닌 시 폴더’였어요. 전자에는, 누가 봐도 시 같은 시를 모았고, 후자에는 아직 시가 아닌 것 같지만 어딘가 시의 영혼을 가진 이상한 글을 모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후자에만 글이 모였어요. 그 글을 모아서 낸 원고가 감사하게도 김수영 문학상을 받게 되었어요. 모교에 입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학창 시절에는 상상을 많이 하는 아이였어요. 겉은 조용하지만 내면은 시끄러운 아이였죠. 머릿속으로 어떤 세계를 지어내고, 세계관도 만들고 소수의 친구들에게 그 세계에 대해 은밀히 들려주곤 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그 행위가 문학과 관련된 무엇이라고는 의식하지 못했어요. 현실이 너무 힘드니까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저 자신을 위로했던 것 같아요. 교육학과에 지원하게 된 건 사실 긴 이야기인데요, 학교를 다니면서 힘들었기 때문에, 청소년 그리고 학생들이 조금은 더 인간적이고 관용적이고 재미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래를 꿈꿨습니다. 제가 바라는 세계에 관한 글을 편지로 써서 교장 선생님께 드린 적도 있답니다(허허).산문집 《일기시대》에 보면 오태환(국교79) 시인을 만나 시에 입문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을 둘러싼 이야기에서는 최승자(독문71) 시인의 이야기도 나오고요. 시인님의 이력에서 모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지금 생각해 보면 시인으로 키운 건 8할이 친구인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즈음에 문학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늦깎이 신입생이었죠. 당시 저는 문학을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 전에는 문학을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듯, 동아리에 흡수되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나 재미있고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드문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이요. 그래서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 자체가 제 인생의 보물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무엇보다 이 동아리에 들어와서 처음 일기를 길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일기가 내밀한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혼자 읽는 일기를 썼는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기, 친구들을 웃기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여지는 일기가 때로는 혼자 읽는 일기보다 더 진실하고, 절박하며 간절하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해서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도요.블로그, 브이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일기 딜리버리, 댄스 퍼포먼스, 그림, 콜링 포엠, 문보영 커피! 말 그대로 ‘오만가지 문보영’을 하고 계십니다. ‘오만가지 문보영’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무서움을 느낀 적은 없나요?음. 사실 겁쟁이예요. 다만, 작가는 주로 혼자 작업하는 직업이다 보니, 끊임없이 제가 저 스스로를 웃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외롭거든요. 그런데 어떤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슬픔에 잠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상어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대요. 그래서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한대요. 잘 때도요. 열심히 살고자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숨을 쉬려고, 혹은 뭔가를 잊으려고… 저도 그런 게 아닐까 문득 생각할 때가 있어요.시 창작 강의도 하셨습니다. 시를 쓰는 것과 가르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습니까?쓰는 걸 더 좋아해요. 수업을 하면서 에너지를 받는 편이지만, 시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은 재능이 없거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요. 수업을 잘했다고 생각한 날에도, 결국에는 시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시에 대한 설명을 번복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래서 시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시인은 세계를 다르게 느끼고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시인이 이 세계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요?이 세계 전체를 다르게 느끼고 관찰하는 사람은 이 세계 안에 자리가 없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 깊어요. 그리고 그 자리 없음이 창작을 추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좋아하는 책 중에 엠마뉘엘 카레르의 《필립.K.딕》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그 소설에서 필립.K.딕은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전등 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됩니다. 불을 켜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아내에게 전등 끈이 안 보인다고 말하자 아내는 답해요.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다고요. 대신 벽에 스위치가 있었죠. 필립은 그럼 그 전등 끈의 위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은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고민해요. 대부분은 착각했다고 넘어갈 테지만, 그는 그 전등 끈이 실제로 있다고 믿어요. 평행우주에요... 그렇게 또 다른 현실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재료로 SF 소설을 쓰죠. 그런데 그에게서 그 세계를 빼앗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상상을 이어가는 한, 한 줌의 땅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에서 이중언어 작가들을 만난 경험이 충격이었다고 쓰셨고, 후기에 ‘엑소포닉을 향하여’라고 쓰셨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곧 미시간으로 가서 창작을 공부하실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 문보영은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중언어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요?아이오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엑소포닉 작가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들이 구사하는 제2외국어가 원어만큼이나 완벽할 줄 알았어요. 그래야 제2외국어로 글을 쓸 테니까요. 그런데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것은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언어, 불완전한 언어와의 합숙에 가까웠습니다. 두 언어를 오가면서, 두 언어의 충돌이 그 자체로 영감인 것이지요. 저는 평생 한 언어만을 갈고닦으며 살게 될 것이라 믿었는데요, 어쩌면 다른 언어로 글을 써보는 경험이 저를 흔들고 바꾸어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하고 싶은 이유는, 한국어를 제3자의 시선으로, 새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영어로 시를 쓰는 것 자체도 무척 (자신 없고) 기대되는 일이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제가 만날 제 한국어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합니다. 시인님에게 모교는 무엇입니까?꼴뚜기 맛집, 아름다운 놀이터, 귀인들을 만난 곳!정리 주은 편집국장
2024-08-13
조회수 : 304
-
영화 <정돌이> 감독김대현(경영85) 교우<다방의 푸른 꿈> 통해 아카이빙 다큐의 길 찾아 <정돌이>의 10월 전국 동시 개봉을 목표로다큐영화감독, 독립영화감독, 독립영화 제작자. 김대현 교우의 직업을 가리키는 단어다. 영화감독 하면 1000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봉준호, 박찬욱, 이준익 등 유명인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반면 ‘독립’이나 ‘다큐’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왠지 고독한 자유주의자의 비애가 느껴진다. 폭염이 예사롭지 않았던 6월 말, 광화문에서 김 교우를 만났다.“사실 영화계에 갓 입문했던 90년대 초반에는 다큐 영화나 독립 영화에 대한 개념조차도 분명하지 않았어요. 물론 상업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다만 의미 있는 영화 자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당시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등의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개봉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어요. 그때 강렬한 희망 같은 것을 품게 됐어요.” 혹독했던 10년간의 시간을 견디며1990년 25살 청년 김대현 교우의 선택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진학이었다. 이 선택이 결국 35년 외길 인생의 출발점이 됐다. 김 교우는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충무로 영화 제작 현장을 <그들도 우리처럼> 막내 스태프로 경험했다. 당시 김 교우의 사수는 <서울의 봄>으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이다. 1991년부터는 직접 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1995년에는 서울국제독립영화제를 창설했을 뿐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선후배들과 의기투합해 단편영화 배급에 나섰다. 영화 제작과 함께 배급을 병행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하지만 김 교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기나긴 터널 같은 10년 남짓한 슬럼프였다. “처음 몇 년은 마음먹은 대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데뷔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장편영화를 찍었는데 흥행에 참패하기도 했어요. 90년대 초반에 함께 영화 공부를 했던 사람들이 데뷔해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우는 것을 지켜보면서 초조해지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무척 괴로웠어요.” 오랜 시간의 혼란과 좌절, 더 엄중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김 교우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자신의 문화적인 출발점을 살폈다. 그리고 그 최초의 감성을 되살려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 결실이 바로 다큐 영화 <다방의 푸른 꿈>이었다. 이 영화는 걸그룹 및 한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1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 완성 후 김 교우는 스스로를 옭아맨 작품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새롭게 태어났다.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김 교우는 이 대목에서 톤을 높였다. 내 인생의 영화, <다방의 푸른 꿈>과 <정돌이>“<다방의 푸른 꿈>이 제 영화와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셈이죠. 이때부터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음악 세계에 대한 아카이빙 다큐가 내 몸에 맞는 옷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어쩌면 그동안은 꿈이나 목표가 없었던 셈인데 좀 늦긴 했지만 이제는 그 꿈이 선명하게 보여요. 아카이빙 다큐를 베이스로 해서 거기에 인류학, 생태, 역사 등의 콘텐츠가 어우러진 장기 프로젝트를 힘이 닿을 때까지 진행하는 것, 이게 제 꿈입니다.” 실제로 <다방의 푸른 꿈> 이후 김 교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년 실험적인 작품들을 내놓으며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 오랜 시간 나목(裸木)이 돼 비바람을 견뎌냈던 만큼 작품성이 무르익으면서 영화인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김대현 감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김 교우의 전성기는 나이 6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이다. 최근 김 교우는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최대 관심사는 영화 <정돌이>다. 이 영화에 대한 김 교우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 영화는 실제 모교에서 있었던 실화에 기초해 모교 80년대 학생운동사를 압축한 작품이다. 특징적인 것은 14살 소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1987년 4월, 가정폭력을 피해 무작정 가출한 한 꼬마가 우연히 고대생을 만나 학교에 머물게 되는데, 소년의 시선에 따라 스크린에 1980년대 격동의 순간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시사회를 거치면서 교우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다. “운동권들뿐 아니라 1980년대를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 같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우리 역사의 치열한 내러티브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작품입니다. 학생운동 언저리에서 기웃거렸던 40년 전 기억만 가물가물하고 학교와의 연은 끊어진 줄 알았는데, 막상 영화를 찍으면서 여전히 모교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교우들이 가장 앞에 선 관람 행렬 기대교우들의 격려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10월 전국 동시 개봉을 목표로 스스로 불꽃이 되겠다는 김대현 교우. 그 투혼이 한여름의 더위마저 무색하게 할 기세다. 김 교우의 바람대로 고대인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지만 고대인들이 가장 앞에 선 관람 행렬을 기대해 본다. 대담·정리 권무혁(국문85) 어나더북스 대표
2024-07-15
조회수 :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