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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경험을 담아 《영어 잘하는 아이 이렇게 키웁니다》를 출간한 양지현 교우.영어 잘하는 아이 이렇게 키웁니다양지현(영교07) 교우엄마는 영어 노출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인풋 제공자’영어는 도구일 뿐,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 찾아야영어를 잘하는 게 어느덧 당연해진 시대. 어릴 때부터 영어에 노출되면 좋다던데, 얼마나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하게끔 해야 할까. 너무 일찍 영어를 배운다면 부작용은 없을까. 영어 학원 없이도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12년 간의 영어 교사와 6년 간의 육아 노하우를 담아 책 《영어 잘하는 아이 이렇게 키웁니다》를 출간한 양지현 교우와 함께 탄천을 걸었다.- ‘엄마표 영어’란 무엇인가요.“한 아이를 키우는 기간이 20년이라고 한다면,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앞의 10년에 진행되는 게 ‘엄마표 영어’입니다. 엄마가 선생님이 돼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영어 노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겁니다. ‘엄마표 영어’의 세 축으로 음원, 그림책, 영상을 들 수 있는데, 이 세 가지를 일과 중에 아이에게 번갈아 가면서 노출해 주는 것이지요. 아이가 커감에 따라 그 수준만 올려 가면서 노출해 주면 돼요. 동요에서 노래로, 동화책에서 글밥이 점점 많은 책으로.”- ‘엄마표 영어’의 3대 축인 음원, 그림책, 영상. 3요소 간 관계는.“노출 시점에 따라 다른데, 모국어가 영글기 전에 시작하는 집도 있고, 한글이 익숙해지고 시작하는 집도 있죠. 저는 말이 본격적으로 트이기 전인 두 돌 전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 시기에는 한글이든 영어든,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건 해로워요. 그러니 3요소 중에 영상은 빼고, 음원과 책으로 시작하면 돼요. 음원과 책으로 시작할 때도 따로따로 들려주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아이에게 동시에 들려주어야 해요.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의 음원을 배경음악처럼 틀어주면, 아이는 듣는 걸 읽고, 읽는 걸 들으며 학습할 수 있게 돼요. 영상 시청을 시작해도 된다고 보는 분기점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최소 24개월부터 아이가 영상을 찾지 않고 버틸 수만 있다면 36개월까지도 좋다고 봐요.”- ‘영알못’ 엄마여도 할 수 있는지.“엄마표 영어에서 엄마는, ‘오류 수정자’도, ‘메인 인풋 제공자’도 아닙니다. 우리말인 한국어를 배울 때도 아이가 오로지 엄마의 말만을 듣고 언어를 배운다고 하면 부담이 되지요. 하물며 모국어에서도 엄마가 메인 인풋 제공자가 아닌데,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표 영어를 할 때 엄마의 역할은 ‘인풋 환경 제공자’입니다.그렇기에 혹시 발음이 틀릴지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아이의 영어 학습에 투입되는 전체 인풋을 100이라고 치면, 엄마가 읽어주는 인풋은 10, 20 정도거든요. 일종의 마중물 같은 것이죠. 아이는 전체 인풋 중에서 좋은 것만 흡수하게 됩니다.”- 학부모 교우님들께 한 마디.“영어는 도구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모국어 독서도 너무나도 중요하고, 사실 ‘영어만’ 잘하면 앵무새나 다름없잖아요. 우리는 영어‘도’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니, 영어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건 알맹이죠. 가수 싸이와 방탄소년단 모두 영어를 잘하는데, 그 전에 음악적 재능이 있으니 성공한 것이잖아요. 내실이 꽉 차 있으니 세계가 불렀을 때 응할 수 있었던 거죠. 영어는 도구라는 생각을 꼭 갖고 자기만의 색깔과 생각을 꼭 갖춘 상태여야 영어가 날개를 달 수 있어요. 소위 말하는 ‘덕후’가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옆에서 유심히 관찰하고, 파악하면서 그 분야와 관련된 영어책을 마련해 주고, 영어 음원과 영상을 들려주다 보면 아이는 아이의 색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오르게 돼요. 이런 점에서 아이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엄마표 영어’는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알맹이’.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가장 돋보일 때는 언제일까. 언급된 스타들처럼, 자신이 푹 빠져 있는 분야, 사랑해 마지않는 내용에 대해 영어로 유창하게 전달할 때이지 않을까. 그 누구보다 영어에 진심인 영어교육 전공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관심사인 ‘알맹이’를 먼저 찾는 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양 교우로부터 우리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의 의미와 목적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 자녀의 영어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인스타그램 @sunnymom_trisha에 매일 업로드되는 영어 교육 꿀팁들도 참고해 보자. 조영서 기자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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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회 초대 회장 최찬희(법학51) 교우국내 여성 최초의 노동법 석사 학위 소지자모교 역사상 최초의 장학사업을 추진한 석난장학회 발족1951년 법학과 51학번 내 홍일점 시절부터,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받은 연금을 고이 모아 1억원을 기부한 2025년에 이르기까지. 현 여자교우회의 전신인 석란회와 석난장학회를 설립해 모교에 최초로 장학금 제도를 마련한 업적을 가진 최찬희(법학51) 교우.최 교우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내 여성 최초로 노동법을 전공하고, 근로에도 기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 노동법을 알리는 일에 눈부신 활약을 했다.지난 1월 29일, 전현주(가교78) 고대여자교우회장은 최찬희 초대 여자교우회장을 방문해 모교와 여자교우회의 현황들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전 회장은 ‘모교 개교 120주년을 맞아, 역대 여자교우회장들이 힘을 합쳐 발전기금을 모아 공헌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건넸고, 이에 최 교우는 흔쾌히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최 교우는 “평소에도 고려대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라며, 더불어 여자교우회가 모교의 발전을 위한 기부와 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최 교우의 댁 곳곳에 자리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 현판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의 선친은 1919년 양양 만세삼창의 대표자로 섰던 독립유공자 최인식. 최 교우는 유족으로서 그간 빼곡히 모은 연금으로 모교 개교 120주년을 기념한 1억 원의 기부를 약정했고, 이는 올해 2월 여자교우회의 이름으로 4억원의 기부금이 모이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그를 만나 모교와 함께한 75년의 세월 위에 쓰인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의 목소리에는 학내 여학생이 극소수이던 시절부터 앞장서 여성계몽과 노동권익 향상을 위해 힘써온 무수한 날들이 거름된 깊은 긍지와 흐뭇함이 묻어났다.- 여성 권익 향상의 선각자로서 겪은 고충은.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억이 선명하다는 최 교우. 나라의 허가가 없으면 출국이 어려웠던 그 시절, 최 교우는 노동법의 권위자로서 해외 곳곳을 누볐다.“당시 남재 김상협 씨의 아내분이 여학사협회의 회장이었어요. 4년마다 한 번씩 세계여학사대회가 열렸고,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여학사대회에 참석할 비용으로 내 앞으로 400만원이 왔어요. 나라의 허락이 있어야지만 외국에 나갈 수 있었던 시절에 그렇게 세계여학사대회와 노사관계를 다루는 단기코스에도 참석하며 유럽일주를 할 수 있었죠. 또 국내에서도 전국 곳곳으로 노동법 강연을 하러 다니고, 여공들이 일하는 방직공장 같은 일터마다 가서 노동법이라는 게 있고, 부당하게 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느라 무척이나 바빴었지요.” - 삶의 이정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젊은 시절을 노동법을 배우고 가르치며 세상에 알리는 데에 바쳤죠. 중앙노동위원회가 처음 신설됐을 때, 유진오 총장이 김학묵 차관(제3대 보건복지부 차관)한테 노동법을 전공한 나를 전문위원으로 발탁하길 원한다고 편지를 보냈대요. 그렇게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법 전문위원이 됐죠. 또 국회법사위원회에서도 조사위원이 돼서 전국을 누비면서 노동법 강연을 하고, 아침 TV 프로그램에도 나가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같은 노동법 강의를 했죠.” - 여학생과 여교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사회에 쓸모 있는 여성이 돼야죠.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여성 리더가 필요한 사회예요. 특히 남성 중심의 문화와 분위기가 강했던 모교와 교우회에서 우리 여성들은 남성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섬세한 영역을 발견하고 그런 분야에서도 두각을 발휘할 수 있어요. 더 나아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참신하고 실력 있는, 사회에 모범이 되는 여성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기부금의 출처…쓰였으면 하는 곳은.“학교 발전 기금으로 쓰이면 좋겠어요. 내가 우리 학교에 장학제도를 처음으로 만들었을 때는 초기니까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연세대학에서도 우리 여자교우회가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러도 왔었죠. 장학생 중 한 명 이름은 기억도 나요. 정양숙(사회68). 하지만 그 이후로 요즘은 장학 사업이 많이 활성화됐잖아요. 이제는 장학금도 좋지만, 우리 고려대학이 더욱 발전하는 데에 그 기금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조영서 기자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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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종자학자강병화(농학65)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평생 연구업적을 제자들과 함께 7권의 저서로 출간첫 제자 김태완 교수 “모교의 자랑이자 학술적 업적으로 남을 것”세계적인 종자학자인 모교 강병화 환경생태공학부 명예교수가 제자 5명과 함께 총 7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 중 첫 번째 작업으로 《주변잡초와 외래식물(상·중·하)》 3권을 e-Book 형태로 출간했다. 이 책은 한경국립대학교출판부를 통해 지난달 16일부터 배포됐다.이번 집필에 참여한 5명의 제자 김태완(농학81), 오영주(대학원98), 홍선희(식자94), 이용호(환생공00), 나채선(환생공01) 교우는 모두 모교에서 학부 또는 석박사 과정을 수학한 강병화 명예교수의 제자들이다.《주변잡초와 외래식물》 3권에는 우리나라 자생 자원식물과 외래식물 총 12,688종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각 식물의 라틴어 학명, 영어명, 정확한 국명, 약효, 생태적 특성 등을 아우른다.첫 제자인 김태완 한경국립대 대외부총장은 “이번 저서는 평생의 학문적 작업을 스승과 제자가 함께 완성해 가는 계승적 학문의 역작이다. 팔만대장경과 같은 식물학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며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우리나라 자원식물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1979년 독일로 유학을 가면서, 효과적인 잡초 방제를 위해 어린 잡초를 알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종자의 중요성을 공부하게 됐어요. 귀국 후에는 모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작물재배학과 잡초방제학을 강의했고, 어린 식물을 구별하기 위해 종자를 수집했죠. 이후 야외조사를 시작하며 ‘세상에 쓸모없는 식물은 없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매진하게 됐어요.”- 조사를 나가시는 시기가 정해져 있나.“강의를 하며 생태 사진을 직접 촬영했고, 사진마다 식물명, 촬영 일시, 촬영 지역을 모두 표기했어요. 특히 기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식물 표찰이 정확한 유럽의 식물원들을 계절별로 조사했어요. 지금까지 42년 동안 총 5,326일간 국내외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죠.” - 제자들과 함께 저술한 의미는.“함께한 5명의 공저자들은 모두 제 연구실에서 공부한 제자들이고, 이번 백과의 편집 과정에서도 큰 도움을 줬어요. 특히 김태완 교수는 한경국립대 부총장으로 바쁜 와중에도 주말마다 서울에서 만나 편집에 대해 논의했지요. 한경국립대 총장님의 배려로 출판부에서 순차적으로 출간할 수 있었어요.”- 이번 저술에 한경국립대 김태완, 홍선희 교수님께서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첫 제자인 김태완 교수는 연구 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 많은 고생을 했어요. 이후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에서 식물생리학을 전공하고 한경대에 재직하면서 저와 함께 외래 자원식물 관련 원고를 작성했죠. 김 교수는 영어, 독일어, 라틴어 모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요. 홍선희 교수는 생태계 위해식물, 특히 가시박에 대한 연구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자료들을 정리하여 보급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남북한은 물론 지역별로도 다르게 불리고 있고, 외래 식물의 표기도 아직 통일되지 않은 실정이에요. 그래서 생태 사진들을 정리해 도서관이나 수목원에서 동영상이나 액자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려 해요.” - 우리나라 국공립수목원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 국토가 외래 꽃 축제장처럼 되고 있고, 여러 지역에서 국가정원을 계획하고 있어요. 국공립 수목원은 규모는 크지만 예산 운영이 경직돼 있고, 전문가 인사 이동이 잦아 식물 관리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반면 사립 수목원이나 개인 정원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식물 이름 표찰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문제이죠.” - 평소 가르침의 원칙이나 교육철학은.“식물 연구는 현장 조사가 많기 때문에 항상 제자들의 안전이 걱정되죠. 저는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제자들이 농촌과 자연 현장을 소중히 여기며 안전하게 연구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요.”- 모교 교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모교 작물 재배 관련 과목이 폐지되고 있고, 덕소의 모교 부속농장도 농촌 소멸과 함께 쇠락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하지만 교우 여러분만큼은 자원식물과 농촌, 자연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원해요.” 송다연 기자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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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참전 유공자에게 수여되는 호국영웅기장을 목에 걸고 있는 이용만 교우.전 재무부 장관이용만(행정55) 교우17살에 6·25 발발 … 죽을 고비 넘겨6월이면 어머니의 마지막 음식 생각나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교우회는 교우 출신 참전용사 명단을 입수했다. 국가보훈부에 직접 요청해 받은 명단에는 482명의 참전용사 교우들이 있었고, 이 중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이용만’교우. 전 재무부 장관, 아직 몸에 6·25전쟁의 총탄을 지니고 있고, 현재 92세의 나이에 유튜버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이 교우를 수소문해 만났다.- 6·25전쟁 총알이 아직도 몸에 있다고 들었습니다.“1951년, 춘천 가리산에서 전투를 하다가 왼쪽 어깨, 척추에 실탄 두 발을 맞았어요. 난 총에 맞으면 죽는 걸로 알았지 다시 살 줄은 몰랐지. 그래서 ‘난 죽었으니 다들 피신하라’고 소리를 질렀죠. 그때 김창조 소대장이 팔을 둘러메고 바위 뒤에 숨겨 줘서 살아났어요. 이 외에도 죽을 고비가 더 있었는데, 전우가 장난으로 제게 탄창 뺀 권총을 겨눈 적 있어요. 기분 나쁘니까 ‘저리 치워’ 하고 팔을 미는 순간 쐈는데, 권총 내 탄약고에 실탄이 한 발 들어있던 거죠. 불길이 제 귓가를 스치고 ‘죽었구나’ 했는데 다행히 옆 담요에 실탄 자국만이 남아 있더라고요.”- 총탄 부상 당시, 미군들이 도와주었다고요.“김창조 소대장이 저를 숨겨 주고, 미군 4명이 들것에 들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산 밑으로 데리고 나왔어요. 살려 준 것이 너무 고마워서 백방으로 찾아다녔죠. 전 미 8군 사령관인 조셉 필(Joseph F. Fill) 장군에게 전후사정을 얘기하자 나서서 도와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저의 부상 3일 후에 중공군의 기습 공격으로 저를 도와준 병사들도 전사자에 포함된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죠. 이후 그래도 감사의 의미로 2014년, 2015년 미 8군 사령관을 비롯해서 미군 병사 150여 명을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전쟁 당시 가족들은 어떻게 됐나요.“1950년 10월 어느 날, 대낮에 인민군이 시내를 덮쳤어요. 그래서 전부 피난 가라고 방송하는데, 하필 내가 그날 아침 집에 들러서 ‘엄마, 나 오늘 학도대 활동으로 금성 쪽으로 간다’ 하니 ‘배고프겠구나’ 하시며 찹쌀떡 3개를 주셔서 그걸 먹고 간 게 어머니가 주신 마지막 음식이에요. ‘저녁에 올게’ 하고 나갔는데, 75년이 되도록 못 만나고 있어요. 시내에 미군들이 폭격을 해 어머니, 형, 동생 모두 없어졌죠. ‘용만이 혼자 여기 놔 두고 우리만 떠날 수 없다’며 피난길에 나서지 않은 게 저 때문인 것 같아, ‘그날 아침에 집에 들르지 말 걸’ 아직도 생각해요.”- 6·25 이전 교우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강원도 평강군 중농의 아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8·15 해방이 되자 갑자기 김일성의 세상이 되어버렸죠. 무상몰수, 무상분배식 토지개혁이 진행됐어요. 본명은 이승만이었으나 ‘이승만과 김구 타도’, ‘스탈린 대원수 만세’ 라는 구호가 난무하자 이용만으로 급히 개명했죠. 평강고급중학에 입학했을 때 제 부친은 ‘자식 공부 제대로 시키려면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김화로 이사, 김화고급중학으로 전학했어요. 그때 6·25가 터졌죠.- 어떻게 참전하시게 되었나요.“1951년 중공군 참전으로 전선이 밀리면서 청량리로 이동해 제2국민병 모집에 지원, 대구 육군훈련소에서 정식 군번을 받았어요. 중학생 이상 학력자라는 이유로 미군 2사단 38연대 락 레인저(Rock Ranger) 중대에 배치됐죠. 수색대였던 레인저 중대는 중공군의 5월 공세에 대비해 홍천군으로 이동, 춘천 가리산(해발 1,051m) 중턱에 잠복 배치됐다가 적 수색대와 교전을 벌였습니다. 이 전투에 지원사격을 나섰다가 총상을 입은 것이죠. 이때 저를 도와준 소대장 김창조 중위는 나중에 중령으로 전역해 한국주택은행 차장으로 근무했고, 저는 재무부 이재국장에 올랐어요. 저는 1953년 1월 육군하사로 명예 제대했습니다.”사선(死線)을 넘어 명예 제대한 이용만 교우. 가족을 잃은 전쟁고아나 다름없었지만, 이후 성균관대 법대에 정식으로 입학해 다니다가 고대 법대 행정학과에 편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재무부 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았다. 이 교우는 모교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제2법학관(신법학관)과 고시동 리모델링, SK미래관에도 기부해 스터디룸을 마련, 재학생에게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해린 기자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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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1학번 입학40주년 돌벤치 제막식에서 한창환 교우가 ‘지축을 박차고 포효하거라’를 일필휘지 했다. 서예가한창환(사회81) 교우세종학당 등지에서 한글 붓글씨 퍼포먼스 펼치며과학 철학 미학적으로 탁월한 한글 우수성 알리러 갑니다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자동차 세계여행을 떠나는 교우가 있다. 세계 곳곳 한글학교 세종학당 등지에서 한글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외국인들에게 과학적, 철학적, 미학적으로 탁월한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한창환(사회81) 교우가 그 주인공이다. 8월 초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53개국, 약 7만 ㎞, 13개월의 대장정이다. 유럽 전역과 아프리카와 중동,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되돌아 온다. 그는 대학 3학년이던 1988년 지도와 배낭만 들고 유럽의 덴마크에서 이탈리아에 이르는 3,000 ㎞의 거리를 90일간에 걸쳐 도보로 여행을 하며 고대인이 패기를 널리 알렸던 인물이다. 유럽도보종단은 국내 최초였다. 당시 유럽도보종단기가 스포츠서울에 상당기간 연재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금 그는 서예가, 붓글씨퍼포먼스작가, 캘리그래퍼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모교 개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5월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여행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한글 서예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우리 겨레의 얼이 담긴 인류의 문화유산임을 인식하게 됐어요. 우리문화의 전령사인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을 비롯해서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한국학이 개설되어있는 대학교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퍼포먼스 작품의 주제는 뭔가.“제 작품의 핵심 주제는 생명평화입니다. 평화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최상의 가치입니다. 서예 퍼포먼스의 시작도 평화였습니다. 모교 붓글씨 퍼포먼스 행사로는 김준엽 선생 탄생 100주년 추모문화제, 공대 60주년 기념식, 고우체육회 체육인의 날, 81학번 입학40주년 돌벤치 제막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 자동차를 선택한 이유와 여정은.“서예와 붓글씨 퍼포먼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여러 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롤한지, 화선지, 붓, 먹물 등 족히 100kg이 넘는 물품을 효율적으로 운반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의 출발입니다. 총 22코스 중 첫 코스는 러시아 연해주입니다. 동서양을 잇는 길목인 이스탄불을 지나면서 동유럽, 발칸3국, 북유럽, 서유럽을 돌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다다릅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몽골 횡단 후 출발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면 여정은 종료됩니다. 총 53개국을 경유하며 약 70,000㎞를 주행합니다. 여행기간은 약 13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퍼포먼스의 의미는.“‘한글 싣고 자동차 세계일주’의 슬로건은 ‘한글사랑, 평화사랑’입니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서 다각적이고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학생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학은 물론 한글의 글꼴과 서예,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높습니다. 글씨를 잘 써서 표현한다는 것은 예술적인 추구의 기본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글서예의 가치와 의미를 알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행 준비는 잘 진행되나.“53개국을 경유하는 긴 여행인 만큼 자동차 주유와 숙식외 각 나라 통관과 자동차보험 운송 및 관리비용 등 경비 부담도 상당합니다. eSIM 준비, 차량 정비외 현지 한글학교와의 긴밀한 협조도 필요합니다. 이번 1차 세계일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후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으로 확대하는 2차, 3차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서창훈 수석기자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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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와 한국스포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고대인상을 받은 허구연 교우.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허구연(법학72) 교우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따뜻한 세상 만들어야현대사회에서 스포츠정신 되새길 때자유·정의·진리의 정신을 가슴에 품은 채 한국 스포츠를 위해 정진하는 허구연 교우. 허 교우는 한국 야구의 저변 확대, KBO리그의 국제경쟁력 강화, 야구인의 화합 증진 등에 크게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이번 자랑스러운 고대인상을 수상했다. 허 교우는 스포츠 정신을 일깨워 준 모교에 아낌없는 사랑을 드러냈다.“교우분들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벗”수상 소감을 묻자, 허 교우는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동문’을 넘어, 우정과 신뢰로 함께 하는 교우들은 나의 자랑스럽고 든든한 벗”이라며 “이번 상에는 친구·선후배들의 박수와 응원이 담겨 있기에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상”이라고 감동을 표했다. 허 교우는 야구인 출신인 만큼 “어릴 적부터 운동만 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모교 친구·선후배 등 법대 교우들이 저의 부족한 면을 채워준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고대인의 자긍심을 품고 한국 야구와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정진할 것”이라며 “언제나 그리운 어머니의 품 같은 모교와 교우분들께 감사드리며, KBO 총재로서 야구 팬들과 국민 여러분께 기쁨과 자긍심을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자유·정의·진리 정신 나침반 삼아 실천”허 교우는 극진한 모교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모교는 대한민국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며 인재를 길러 온 자랑스러운 배움의 터전”이라며 “자유, 정의, 진리 정신을 삶의 나침반 삼아 실천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인이라는 자부심은 우리 모두를 단단하게 연결한다”며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소외된 이웃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늘 함께 걸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개교 120주년·대학야구 활성화 위한 기부허 교우는 지난 3월 모교 야구부에 3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기부 계기에 대해 허 교우는 “모교가 120주년을 맞기도 했고,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야구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페어플레이, 협동, 양보, 승복정신 등의 가치는 대학스포츠를 통해 기를 수 있고, 모교가 이 같은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대학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모교 체육위원회는 감사패를 제작해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고연전 100주년 … 정기전의 의미는올해는 개교 120주년이자, 정기 고연전 100주년인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모교 야구부는 정기전에서 8년 만에 승기를 거머쥐며 승리의 여신 엘리제를 불러 왔다. 허 교우는 “처음 정기전이 시작된 1925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학 스포츠는 고대와 연대 두 학교가 이끌어 왔다”며 “양교가 한국 대학 스포츠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인지 그 의미를 되짚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페어플레이·승복정신…대학 정기전으로 배워허 교우는 “스포츠 정신은 학생들이 응원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며 “요 근래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런 가치들을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이런 정신을 정식으로 가르치는 장이 없는 만큼, 우리 고대와 연대 양교만큼은 정기전을 통해 이런 가치를 제대로 알리면서 학생들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모교, 국내 대학스포츠에 선도적 역할 해야허 교우는, 바로 모교가 이런 대학스포츠 정신을 활성화하고 이끌어 나가기 위한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고 봤다. 실력이 월등한 선수들은 이미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프로 팀으로 가 버리기 때문에, 각 대학에 진학한 학생선수들은 기량을 갖고 다투기보다는 대학스포츠의 역량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우는 “모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끈끈한 애교심·단결과 단합·양보정신 등을 배우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다른 대학 야구단은 교가나 응원단을 부르지도 못하는데, 이걸 예사로 생각하지 말고 모교만이 가진 강점으로 활용할 때”라고 힘주어 전했다.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진정한 고대인 허구연 교우. 허 교우는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린 기자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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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서 삶의 방향성과 정신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박기석 교우.시공테크 회장박기석(독문69) 교우전시문화산업과 디지털 교육을 개척한 선구자 고대 정신을 실천하며 세상을 변화시킨 기업인국내 최초로 전시문화산업을 개척하고, 디지털 교육을 선도한 박기석(독문 69) 교우가 자랑스러운 고대인상을 수상했다. 박 교우는 1994년 모교 발전기금을 시작으로 2025년 대학원 기금교수 후원까지 총 44억원을 기부하며 고대사랑을 실천해 왔다. ‘신산업 개척자’, ‘맨땅에 헤딩하는 경영자’로 불리는 그는 시공테크를 창업해 전시산업의 길을 열었고, 이후 아이스크림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교육 혁신에 앞장섰다. 박 교우는 고대 학풍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배웠다며, 깊은 자부심을 전했다. -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큰 영광입니다. 제가 받은 이 상은 단순히 사업의 성과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한 도전정신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전시문화산업과 디지털 교육을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최초’의 의미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도전정신을 길러준 경험은 무엇이었나요.“대학생 시절은 저에게 도전정신의 토대가 되어준 시기였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영어 잡지와 독일어 잡지 동아리 활동을 4년 내내 지속했습니다. 언어를 꾸준히 익힌 덕분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에 언어적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방학에도 쉬지 않고 타임지를 공부했는데, 군인들이 학교를 점령했을 때도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전통을 잇기 위해 산에서 영어를 공부했던 그 기억은 잊지 못합니다. ‘벤치마킹할 선례 없이 내가 처음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전시산업 개념조차 없던 시기였는데요.“대학 졸업 후 사우디 지사에서 무역 업무를 맡으며 세계 곳곳을 다녔습니다. 미국에서 디즈니랜드나 과학관 같은 공간을 접하며 ‘인간의 상상력 끝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죠.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상상력과 기술이 결합한 예술이었습니다. 저는 그 창의력에 매료돼, 이 산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가 부도난 후 사우디에서 제 사업을 시작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녔어요. 이 과정에서 전시산업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언젠간 우리나라에도 이런 창의적 공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저에게 각별한 의미죠. 이전까지 외국 기업이 주도하던 과학관 건축을 한국인이 직접 해낸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영상·미디어 시스템, 컴퓨터 기반 인터랙티브 기술 등 첨단 요소들을 도입해 국내 전시문화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디지털 교육에 도전하신 배경과 목표는.“기술은 제게 늘 흥미로운 영역이었습니다. ‘테크’라는 이름을 기업에 붙인 것도 저희가 처음이었죠. 2000년대 초, 인터넷의 가능성을 다룬 미래학자들의 글에서 ‘교육의 빅뱅’이 온다는 예측을 접했어요.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전망에 깊은 공감을 했고,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전시사업으로 번 수익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한 투자라는 마음으로 아이스크림미디어를 설립했어요.”모교를 꾸준히 후원하게 된 이유는.“고대는 저에게 단순한 출신학교 이상의 의미입니다. 이곳에서 삶의 방향성과 정신적 기반을 마련했고, 사회에 나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부는 당연한 선택이자 감사의 표현입니다. 기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말보다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가 더욱 큰 꿈을 품을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다.”교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예전에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후퇴하지 않는 고대인의 기개를 상징하는 말이죠. 지금 우리는 실력 못지않게 인성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고대의 강인한 도전정신, 끈끈한 선후배 관계, 깊은 인문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가치예요. 교우들 모두가 이 훌륭한 전통을 지켜가며 서로를 응원하고 연대했으면 합니다. 강한 고대 정신이 퇴보하지 않도록 함께 합시다.” 유민경 기자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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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주조 김기환 대표.지평주조 대표김기환(경석17) 교우“유산균 함량이 높아 장 건강에 도움되지만, 적당히 즐겨야”“쌀 본연의 맛과 신선한 생막걸리의 맛을 구현한 것이 차별”경기 양평군 지평리의 지역 양조장에서 시작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지평주조는 현재 국내 점유율 2위의 막걸리 업체로 성장했다. 지평막걸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경영을 물려받은 김기환(경석17)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3세 경영을 이어오며 ‘지평’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지평주조가 미국에 지평 프레시, 지평달밤 등 막걸리 제품수출을 합니다. 전망은 어떤가요.“미국 내 한국 문화와 K-푸드의 인기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막걸리 시장도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평프레시(JI PYEONG FRESH)’와 ‘지평달밤(JI PYEONG CHESTNUT)’ 두 가지 제품이 유통 되고 있습니다. 한인이 밀집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각기 다른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데 맛은 동일합니다. 특별한 기술력이 있나요.“지평막걸리는 원료의 품질과 생산 환경을 철저히 관리하는 동시에, 공장의 특성에 맞는 자동 발효 온도관리, 발효제의 생산일원화 등 지평주조만의 표준화된 양조 공정을 통해 생산됩니다. 또한 제품의 관능검사와 성분분석(고형분, 산도, 알코올 등)을 통해 미세한 차이를 지속 개선하고 표준화하여 양조과학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막걸리가 다른 술에 비해서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어떤 근거가 있나요.“막걸리는 자연 발효를 통해 유산균과 아미노산,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술입니다. 특히, 유산균 함량이 높아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쌀에서 추출된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건강에 좋은 술이라 해도 적당히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평막걸리가 다른 대중 막걸리보다 더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있습니다.“지평막걸리는 쌀 본연의 맛을 살리고 온도관리를 철저히 하여 신선한 생막걸리의 맛을 구현한 것이 차별점입니다. 또한, 패키지 디자인부터 브랜딩까지 전반적으로 현대적 감성을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평주조 창립 100주년입니다. 창업주이신 조부께서 어떻게 평가하실까요.“100년 동안 지평주조가 이어져 온 것은 좋은 술을 만들겠다는 창업주의 신념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조부께서 지금의 지평막걸리를 보신다면,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셨을 것 같습니다.” -막걸리를 맛있게 먹는 대표님만의 비법과, 가장 좋아하는 안주가 궁금합니다.“막걸리는 너무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살짝 차가운 정도(8~10℃)에서 즐길 때 본연의 맛이 살아납니다. 또, 부드럽게 흔들어 막걸리와 청주 부분이 잘 섞이도록 하면 더욱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묵은지 보쌈과 함께 먹을 때 막걸리의 감칠맛이 배가되는 느낌이라 가장 좋아하는 조합입니다.”-고려대는 막걸리 대학입니다. 교우 입장에서 고대막걸리를 제조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고려대학교 출신으로서 ‘고대 막걸리’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고대 정신을 담은 특별한 막걸리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생들의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빛을 띠는 프리미엄 막걸리나, 고대 캠퍼스의 역사성을 담은 한정판 막걸리를 기획해볼 수도 있겠네요.” -막걸리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막걸리가 해외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소비자들에게 막걸리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막걸리가 여전히 생소한 주류이므로, 한식과 연계한 문화적 접근과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먼저, 현지 한식당 및 주점을 중심으로 막걸리 페어링 메뉴를 개발하고, 막걸리를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를 제안하는 등 트렌디한 음용 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창훈 수석기자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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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석 교수가 연구원들과 함께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막걸리 박사손홍석(생명01) 모교 식품공학과 교수효모와 유산균 살아있는 거의 유일한 발효주요구르트 유산균 넣지만 막걸리는 넣지 않아한때 고려대를 막걸리 대학, 연세대는 맥주 대학이라고 했다. 막걸리는 시골뜨기, 맥주는 서울내기의 이미지였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막걸리가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류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막걸리가 진짜 좋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하는 모교 교수가 있다. 생명과학부 01학번으로 입학해 모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손홍석 식품공학과 교수다.- 고려대학교는 막걸리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막걸리와 관련하여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우리 연구실(발효식품학연구실)에서는 막걸리 유산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유산균이 얼마나 존재하며, 그 기원이 어디인지, 막걸리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 인체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저온 숙성과 미생물 제어를 통해 열처리 살균을 하지 않고 생막걸리로 장기 저장·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의 유산균이 요구르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하는데요.“요구르트에 존재하는 유산균은 발효 및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위해 일부러 넣어주는 반면에 막걸리는 제조 과정에서 보통 유산균을 접종하지 않습니다. 막걸리 한 병(750mL)에는 평균 1억~10억 마리의 유산균이 존재하며, 프로바이오틱스의 한국인 1일 섭취 권장량이 1억~100억 마리인 것을 고려하면, 막걸리 섭취를 통해 충분한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의 섭취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 맥주 등 다른 발효주와 비교할 때 막걸리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가장 큰 특징은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음용되는 거의 유일한 발효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막걸리가 인체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연구를 최근 수행하였습니다.3주간 막걸리 음용 후, 동맥경화 및 제2형 당뇨병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콜린셀라(Collinsella)가 감소하는 등 6개 속(genus) 장내미생물의 상대적 비율이 유의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01학번이신데, 재학생 때도 막걸리를 많이 마셨는지요.“당시에는 학생행사(오티, 엠티, 사발식)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우스개로 OO탁주의 3, 4월 매출의 절반은 고려대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학교 잔디밭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막걸리가 인기가 있는 술이었습니다.”- 자주 가던 막걸리 집이나,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나그네파전’에서 파전, 고추튀김과 함께 먹는 막걸리를 좋아했습니다. 당시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6시 전에 미리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지금도 비 오는 날에는 종종 들러서 그때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시판되는 고대빵처럼 고대막걸리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요.“작년에 고대막걸리의 제조를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여러 여건을 검토하고 있어 잠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교우회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힘을 실어 주신다면 고대막걸리가 머지않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전통발효식품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어, 사명감을 가질 정도로 전통발효식품 연구에 애정이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인 김치, 막걸리, 장류 등의 제조 과정에서 미생물의 역할과, 발효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창훈 수석기자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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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편집국으로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김흥열(농경제67) 교우의 시조집 《명동 뻐꾸기》가 그것이다. 동봉된 쪽지에는 놀랍게도 이 시조집 안의 시조 ‘은하’가 우주선에 실려 달로 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교우의 시조가 어떻게 지구를 떠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은행원으로 정년퇴직한 시인美 달 탐사선에 한글 시조 실려꽃처럼 날리는 은하 묘사한 작품교우 시조가 어떻게 우주로 갔을까?교우의 시조(時調) 작품이 달나라로 향한다. 미국의 민간 달 착륙선에 인류의 예술 작품을 실어 보내는데, 그 중 김흥열 교우의 시조 ‘은하’가 선정됐다.지난달 15일(미국 현지시각) 시카고 한인 비영리재단 세종문화회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 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 달 착륙선이 이날 오전 발사됐다. 이번 발사의 특징은 인류 예술 작품을 함께 실어 보낸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명은 ‘루나 코덱스’로, 전세계 창작자들이 만든 시집 ‘Polaris Trilogy(폴라리스 트릴로지)’가 착륙선에 실렸다. 작품들은 부패 등 방지를 위해 니켈에 새겨진 후 달에 도착하게 된다. 착륙선은 다음달 1일경 달에 착륙해 탐사 계측기, 반사경 등 10여 개의 장비를 가동할 예정이다.시조의 영감은 ‘꽃처럼 만개한 은하’주최 측은 작품 선정을 위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했다. 이 때 각 대륙별로 아시아는 ‘해·달·별’, 유럽은 ‘바위·물·공기’, 남미·호주는 ‘얼음·바람·불’이란 주제를 받았다. 김 교우는 ‘별’, 그 중에서도 ‘은하’를 선택했다. 김 교우는 “어릴 때 별을 보며 꿈도 꾸고 그러지 않았나”면서 “마치 봄바람에 꽃이 날리는 것처럼 밤하늘에도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데, 어린왕자도 그곳에 살고 싶지 않을까 동심을 담아 지은 시조”라고 설명했다.김흥열 교우의 시조 시집 《명동 뻐꾸기》전세계 창작자들의 작품 ‘타임캡슐’로 달에루나 코덱스 프로젝트는 전세계 창작자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우주에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다. 미래 인류를 위한 일종의 ‘타임 캡슐’인 셈이다. 이번 발사에는 시인 165여 명이 포함됐다. 시조 부문에서는 김 교우의 시조 외 해·달·별을 소재로 한 한글·영문 시조 등 총 11편이 실렸다.한글 원문 실려 … 한글 우수성 우주로김 교우의 시조는 한글 원문이 탐사선에 실리게 됐다. 은행원으로 정년퇴직한 김 교우는 “퇴직 후 시조를 접하게 됐는데,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아름답게 짜여진 것이 바로 시조”라며 “한글로 된 시조가 달에 묻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한국의 전통문화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시조 ‘종장’은 현재형으로 마무리…시조에 담긴 뜻 영원할 것시조는 ‘초장-중장-종장’의 형식을 맞춰야 하는 특징이 있다. 김 교우는 “시조의 특징 중 하나는 마무리를 현재형으로 하는 것”이라며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에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로 끝을 맺는데, 천 년 후에 읽어도 ‘일편단심’이란 마음이 계속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현재진행형은 시조의 생명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연속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우의 시조 ‘은하’를 감상하며 우주 속에 영원히 기록될 은하수를 떠올려 보자.은하이른 봄 뿌린 꽃씨봄바람 타고 올라환상의 밤하늘에 별꽃으로 피어나면동화 속어린왕자도 꽃구경을 나오겠다.김흥열 교우.이해린 기자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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