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식자경00) 고파스 대표
총학생회장에서 고파스의 대표로
사랑 받는 커뮤니티에서 사랑을 주는 스타트업으로
서버 유지를 위해 사비를 털어 운영하던 작은 커뮤니티에서 10만명의 회원을 모으기까지. 2007년 회원 수 3000명의 작은 웹사이트로 출발했던 고파스는 현재 모교 재학생 2만명과 졸업생 8만명이 이용하는 고대인의 대표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안암동의 고파스 사무실에서, 총학생회장 출신이자 ‘고펑’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박종찬 고파스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파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고파스 이전에는 모교 공식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학생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게시판이 실명화가 되면서, 새로운 익명 커뮤니티의 필요성이 대두된 거죠. 2007년 총학생회가 이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예전부터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한 경력이 있었던 제가 온라인 사업국장으로서 이 사안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고파스는 원래 총학생회의 공식 산하기구로 운영이 될 계획이었는데, 전체학생회대표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예상치 못하게 부결됐어요. 그래서 제작자인 제가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서버비를 충당하며 꾸준히 운영하다 캠퍼스프렌즈라는 이름의 회사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고파스의 운영진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고펑’이라는 닉네임의 대표운영자로서 고파스를 운영하고 있고, 저 외에도 ‘고파파’라는 운영팀이 함께 커뮤니티를 관리합니다. 또 재학생들 중에 ‘고파스 서포터즈’를 뽑아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에 도움을 받고 있어요.
대표인 저는 총학생회장 출신이기 때문에 저의 신상이 이미 밝혀져 있지만, 다른 운영진들의 경우는 사정상 신원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습니다.
고파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힘들었던 일은?
고파스의 소개팅 서비스인 ‘열시반정후’를 통해 결혼을 하게 된 커플이 10쌍 정도 되는데, 최근에 저한테 주례를 부탁하는 연락이 왔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주변에 솔로이신 분들이 있다면 ‘열시반정후’를 적극 추천해주세요.(웃음) 고파스 덕분에 원하던 꿈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쁩니다. 모교 교수로 임용이 되셨다는 소식을 알려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종종 게시판에 자살과 관련된 글이 올라올 때는 힘들어요. 자살 시도를 암시하는 글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운영자의 역할인데요, 저희는 이용자의 IP주소를 알고 있기 때문에, 긴급상황에서는 경찰에 해당 정보를 전달하고 구조에 동행할 때가 있습니다. 운영자로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용자 여러분들도 혹여나 그런 글들을 발견한다면 공익을 위해 최대한 빨리 운영자에게 제보해주세요.
00학번이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재학생 신분이신데요.
학생으로서의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졸업을 하지 않는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대단한 이유는 없어요.(웃음) 어렸을 때 수업은 듣기 싫고 하고 싶은 건 많아서 밴드, 웹사이트 제작, 개인 사업 등 다양한 경험을 하던 와중에 총학생회장도 하고, 이후에는 고파스를 스타트업으로 키우는데 전념하느라 학교 수업을 한 학기에 1~2개만 들었어요. 가늘고 길게 학교를 다니다가, 지금은 학점은 모두 이수했고 졸업 논문과 토익 점수만 제출하면 졸업할 수 있는 수료생 신분이에요.
부끄럽지만 정말 공부를 못해서 학교를 오래 다녔습니다. 20년 넘게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 제가 놀림 받는 게 재밌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기다 보니, 아이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어서 이제는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교에 ‘고파스 장학기금’을 운영 중이신데요, 꾸준한 기부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고파스는 하나의 기업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학우들의 사랑 덕분에 운영될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저희가 창출하는 수익을 어느 정도는 모교와 학우들께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에는 과학도서관 리노베이션 캠페인에 참여해 과학도서관에 재학생들을 위한 ‘고파스 아이디어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기부금도 늘리고 싶고, 고파스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고파스와 대표님께, 모교인 고려대학교는 어떤 의미인가요?
고파스 운영의 기본 모토는 ‘고대생의 권익 향상을 위한 운영’이에요. 고파스를 통해 우리 학우들이 더 유익한 정보를 얻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저는 고대 학우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총학생회장으로서, 고파스 운영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고대에 이 사랑을 다시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파스를 운영함으로써 고대생들께 제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들을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