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회보

교우들의 영원한 소식지

교우회보

여론·칼럼
[자명고]100년의 기억, 기록, 기념
여론·칼럼 편집국 2023-08-17 조회수 : 106

김상덕(역교84) 편집위원

모교 박물관 대학기록실 부장


김준엽 선생은 생전에 본인을 1920년생이라고 소개했다. 교수신분증 등 기록물에 그렇게 기재되어 있다. 인터넷 인물 검색에 대부분 1920년생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나이는 1923년생이다. 

선생은 해방 후 임정 요인들과 바로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아 난징의 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의 한국어 강사로 근무하면서 국립중앙대학 대학원에서 중국사 공부를 한다. 당시 학업과 강사 활동을 위해 나이를 1920년생으로 세 살 많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실제 나이를 밝힐 수 있는 자료는 일본군으로 징집될 때 작성된 《일본육군전시명부》에 1923년생으로 기록된 것이 유일했다. 그런데 올해 초 본교에 기탁된 기록물 중에 1923년생으로 기재된 게이오대학 학생증이 발견되었다. 선생의 일기장에도 출생년도를 1923년생이라고 써 놓았다. 

필자가 김준엽 선생의 기록물을 직접 본 것은 별세 1주기 추모전을 준비한 2012년 봄이다. 혜화동 집 서재에서 대여전시할 유품을 정리했다. 1984년 선생의 총장 임기 중 마지막 입학생으로서 기록물을 직접 만지는 영광을 누렸다. 광복군 자료, 사진첩, 일기장, 연구노트, 편지, 중국 대학들과의 교류 자료 등 방대한 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11년 6월 7일 김준엽 선생이 별세했을 때 당시 중국 저장(浙江)대학 관계자가 조문을 와서 선생의 도서와 자료를 기증하면 대학내에 기념실을 설치하겠으며 심지어 흉상도 세워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이기수 전 총장과 교우들이 고대총장을 지낸 분의 자료는 고대에 남겨야 한다고 일단 유족을 설득하여 중단시켰다. 

2019년 정진택 총장이 취임하고, 1920년생으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조지훈 선생과 김준엽 선생의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정진택 총장의 특별예산 지원으로 김준엽 선생의 자료를 실제 탄생 100주년인 올해 1월 본교 박물관에 기탁 형식으로 보존하게 되었다. 선생의 자료는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일례로 1965년 일기장만 보더라도 한일국교문제에 대해 그 대책을 기록했다. 또한 월남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적 견해을 밝혀 놓았다.

본교에서는 8월 25일 김준엽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개막을 시작으로 ‘김준엽 주간’을 설정하여 학술회의와 추모문화제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목숨을 걸고 일본군을 탈출해 광복군이 된 용기와 애국정신, 군사독재정권 시기 대학의 자율화와 제자를 지켜내려 총장직을 사퇴한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다. 본교에 기탁된 선생의 생애가 담긴 기록물은 기억과 기념의 바탕이다. 향후 아카이브를 구축해 각종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 기억의 지속을 위해 기념 공간도 필요하다. 기념의 영속은 체계적인 조직과 일할 사람이 과제다. 이번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영속을 위한 작은 시작일 뿐이다.

첨부파일

연관콘텐츠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