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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강, 뉴 노멀 시대 교육패러다임 전환의 계기코로나19 난국에서 그려보는 미래 고등교육

등록일 : 2020-05-15 조회 : 217

개교 115주년 기념 휘장이 드러워진 모교 본관. 고품격 건물일수록 리모델링에 비용이 들지만, 어떤 것은 의연히 내려놓고 어떤 것은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로 인해 <고등교육법>이 정하는 개학일(3월 1일)도 어긴 채 모든 학교는그 핵심기능인 교육을 온라인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개교 115주년의 해에 고대가족의 마음이 복잡한 이유이다. 그런데 고려대에 이런 난국이 낯선 것만은 아니다. 1905년 보성전문을 개교한 것도, 1919년 3·1운동도, 1960년 4·18시위도 모두 난국에서 일궈낸 찬란한 역사이다.

고대는 숱한 난국에 맞서 내공을 쌓고, 그 에너지로써 민족과 더불어 기꺼이 역사 발전에 기여했다. 코로나19 난국(難局) 또한 같은 맥락으로 극복할 일이며, 그것은 2020년 고대가 대한민국과 인류를 위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미래 교육을 위한 세렌디피티

이번 전면적 온라인강의를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온라인강의 확대 경향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던 만큼, 이참에 공격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페니실린, X선, 다이너마이트, 종두법 등 수많은 위대한 발견·발명은 우연을 간과하지 않은 지성·감성·열정과 여유의 결과였다. 코로나19 난국은 미래 고등 교육을 위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 가치있는 것의 우연한 발견을 뜻하는 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혁신을 수반한다. 교육혁신이 어제오늘의 아젠다는 아니지만, 오늘날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ICBM(IoT/Cloud/ Bigdata/Mobile)으로 요약되는 산업주도 동력은 글로벌 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과거의 기준 내지 표준(‘Old Normal’)은 새로운 것(‘New Normal’)으로 대체되고 있다. 기억력과 경영·관리가 올드 노멀의 키워드 였다면, 뉴 노멀의 키워드는 융합·창조·감성이다. 그래서 로봇·AI와 병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인간 고유의 경쟁력을 함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뉴 노멀 시대 세계의 대학들은 교육혁신에 열심이다. 입학 당시에는 전공을 정하지 않는다든가, 학생이 설정한 미션이 전공을 대체한다든가, 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수업(PBL: Project Based Learning), 학제(interdisciplinary)전공을 폭넓게 설계하는 수준은 이제 그리 특별하지 않다. 기업 내지 직장과 연결되면서 평생교육의 개념이 부가된 스탠포드 대학의 ‘OLU’(Open Loop University)와 MIT의 ‘MITili’(MIT Integrated Learning Initiative), 대학 연합으로 융합·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 하는 것으로 하버드 대학 등이 참여하는 ‘ACI-REF’, 예일·캠브리지·맥길 대학 등이 참여하는 ‘Beyond the Academy’ 등도 흥미롭다. 이들 혁신 프로그램에 있어서 온라인강의를 포함하는 에듀테크(EduTech)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더욱 진화된 형태로, 교지(校地)·교사 (校舍) 등의 시설 없이 100%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학교도 있다. 미네르바(Minerva)스쿨이다. 수업 형태는 철저하게 교수·학생 간 쌍방향이다. 등록금은 연 1만 달러로 미국 대학 평균의 약 1/4 수준 이다. 조지아텍에서는 2019년 세계 114 개국 8664명에 대하여 100% 온라인 강의로 과정을 진행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네르바스쿨과 조지아텍의 사례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통상적인 편견을 무색하게 한다. 특히 미네르바의 교육 프로그램은 얼굴을 맞대야 소통할 수 있다는 관념을 디지털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 정규학교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에꼴 42(Ecole 42)’에는 교수·커리큘럼·수업·교재 등 기존 교육기관에서 익숙한 그 무엇도 없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 준 온라인강의

고려대학교, 더 나아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마땅한 미래는 무엇일까? 이 논제를 말하기에 앞서 1907년 5월《 법정학계》(보성전문 교수와 제1회 졸업생이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경제 학술지) 발간 취지서 일부를 소개한다.

“오늘날 서양 열강이 그 나라를 편안한 반석 위에 놓고 세계를 내려다 보는데 표면상으로 보면 자연히 이루어진 것 같으나, 이 또한 원인이 있어 생긴 결과이다.

(…) 슬프다! 우리 대한이 개국한 지 516년이고 통상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지만, 인문이 열리지 못하고 형세를 알지 못하여 국가의 흥운과 세계의 대세를 미리 연구하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자연히 이루어 지기만을 바라다가 (…) 오늘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분하고 괴로운 일이다.”

위 절절한 문구가 113년 전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 노멀에 대비하는 세계 대학들의 발걸음이 빠르고 과감하다. 전통적 대학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교육기관도 있다. 혁신은 자연히 이뤄지는 것도, 아름다운 수사를 반복함으로써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엇을 더하는 방법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어떤 것은 아프지만 의연히 내려놓아야 하고, 또 어떤 것은 획기적인 투자를 요구한다. 교육부의 규제체계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고품격의 건물일수록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어렵다고 한다. 115년 동안 겹겹이 쌓아온 고려대학교 교육에 대한 리모델링은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코로나19 난국에서 그 비용 중 핵심부분을 이미 감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온라인강의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졌던 교수들의 “해볼 만하네!”라든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온라인강의에 익숙한 학생들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도 별문제가 없네!” 등과 같은 인식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몇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으로 코로나19 난국에서 얻은 ‘사회적 항체’이다.

특히 고려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내 시스템만으로 이번 온라인강의를 모두 소화함으로써 에듀테크 부문에서 수월성을 발휘할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교육은 교수·학생 간 지적·정서적 상호작용

미래 교육에서 온라인강의 역할에 대해서는 교육 전문가를 중심으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2015년부터 ‘민법학입문’을 MOOC(웹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개수업) 방식으로 개설·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온라인강의를 “고등교육의 훌륭한 보완재”로 요약하고 싶다. 미래 고등교육의 키워드를 ‘수요자 중심’, ‘융합’, ‘개방’, ‘유연성’, ‘창의’ 등이라고 할 때, 잘 설계된 디지털러닝은 목표 달성을 위한 스마트한 촉매가 될 수 있다. 비교육적 수법이 난무하는 수강신청 전쟁과의 결별, 시간·공간의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에 따른 교육당사자의 자율성 증대 및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 수준별 강의를 통한 전반적 학력 향상, 강의계획과 정확히 일치하는 강의, 정교한 강의 준비에 따른 교육수준 향상 등 온라인강의는 대학사회의 수많은 난제에 대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MOOC의 등장과 함께 혹자는 2050년경 세계에는 50개의 대학만이 남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이란 교수·학생 사이의 지적·정서적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강의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교수의 우연한 말 또는 행동이 학생에게 일생의 길잡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DNA(Data/Network/AI)의 시대라 하여 인간의 DNA가 변할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인간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공감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05년 종로에 설립된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편집소로서 보성관, 인쇄소로서 보성사도 함께 설립하여 초창기 ‘보성(普 成)’은 교육·출판·미디어그룹이었다. 고대인에게 창조와 융합의 DNA를 말할 수있는 이유이다. New Normal 시대, 고려대학교는 코로나19 난국에서 얻은 ‘사회적 항체’를 미래 교육을 위한 세렌디피티로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첨부이미지 

명순구(법학81)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