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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강좌

[제358회] 정치와 문학

등록일 : 2014-08-11 조회 : 10208

김병총(철학57) 교우
소설가
문인협회 소설분과 회장

문인들 가운데 특히 소설가는 현실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군사정권시절부터 겪어온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 하루는 보안사령부에서 사람이 찾아와 다짜고짜 나를 리무진에 태워 어디론가 향했다. 이유를 물으니 전두환 전대통령의 전기를 쓰라는 거다. 정통성 없는 정권의 일을 떠맡자니 나중에 나와 자손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것 같았다. 당시 작가들에게는 언급하지 말아야할 5대 금기가 있었다. 문중, 종교, 직업, 군(軍), 그리고 체제를 건드리면 안됐다. 그만큼 정권과 연관되는건 위험한 일이었다. 엄청난 액수를 원고료로 요구했더니 다행히 일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7년 동안 정권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됐다. 신문연재가 끊기게 됐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집필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정권이 나서서 처리하기에는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난처한 사건이 있을 때는 소설가들을 자주 이용했다. 대표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있었다. 고리 원전이 처음 세워질때 국민들의 많은 반대를 샀다. 그래서 정부에선 소설가들을 건설 현장으로 초청해 설득했다. 나라를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어 동조하게 됐다. 이렇게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다.

그 뒤 중국의 동북공정 사건이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곤란하니 소설가 위치에서 문제에 참여해 달란 요청을 받았다. 관련 세미나 참석을 위해 자료를 연구하던 중 언어문제를 언급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논문은 이후 중국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중요한 논거로 사용됐다.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소설가는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현실정치와 가까운 위치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