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하는 고대교우회

Home > 교우회보 > 커버스토리

커버스토리

한국의 한탄바이러스, 바이러스학의 빛나는 역사가 되다특별기고 - 이호왕 교수와 한타바이러스학

등록일 : 2020-06-18 조회 : 115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젊은 시절의 이호왕 교수, 한탄바이러스 발견 사실이 보도된 1976년 4월 29일 동아일보, 한탄바이러스 백신 한타박스, 간접면역형광항체법으로 관찰한 한탄바이러스의 모습, 한탄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지구상의 모든 바이러스의 생화학적 성분과 유전자를 비교검토한 후 2017년부터 바이러스들을 재분류하기 시작해 2019년 2월에 새로 명명된 바이러스들을 전부 합쳐 새로운 바이러스 분류표를 발표했다. 새 분류방법에 의해 작성된 분류표에는 한탄바이러스가 새로운 과(Family)가 되었다. 1976년 한탄바이러스(Hantaanvirus)가 새로운 종(Species)이 되었고, 10년 후에 8개의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라는 새로운 속(Genus)이 생기고, 그 후에 신종 한타바이러스들이 식충목 동물, 박쥐, 파충류 그리고 물고기에서 발견되어 2019년에 마침내 한타비리데(Hantaviridae)라는 새로운 과(Family)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망률 10% 신증후출혈열 백신 개발
이호왕 교수님은 195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5년에 미국무성이 한국의 재건을 돕기 위해 미국 미네소타의대로 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 첫 대상자로 선발되어 일본뇌염바이러스의 면역기전을 밝히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61-72년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1973-94년 고려대 의대 교수 및 학장 등 여러 보직을 거쳐 정년퇴직을 하신 후 1994-2000년까지 아산생명과학연구소소장, 2000-04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지내셨다.
 이호왕 선생님의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은 신증후출혈열(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의 발견(1976년)과 한탄바이러스 예방백신 개발(1988년)이라 할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만주와 한국에서 유행하던 일종의 괴질로 1941년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 관동군에게 1만2000여명이 발생해 2000여명이 사망했으며 6.25전쟁 당시 유엔군에서도 32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한 병이다. 잠복기는 2-3주이고 4-6일간의 발열기, 수시간에서 3일간 지속되는 저혈압기, 3-6일간의 빈뇨기, 수일에서 수주간 지속되는 이뇨기 및 1-2개월의 회복기를 거치는 특징적인 임상경과를 보인다. 특히 고열과 함께 얼굴과 목, 눈의 점막 등에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성 반점이 나타나며 사망률이 10%를 웃도는 치명적 질환이었다. 이 병은 ‘한국형출혈열’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1970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형광항체법과 면역전자현미경법 등 당시로선 최신 방법을 동원한 끝에 1975년 10월 11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채집된 등줄쥐의 폐조직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여 이듬해 이를 국내외에 보고하였으며 마침내 1978년에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Isolation of the etiologic agent of Korean Hemorrhagic Fever’란 제목으로 발표하여 국제 학계의 공인을 받았다. 모든 조건이 열악했던 당시에 국내 학자에 의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이름이 붙여진다는 것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어 북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던 유행성 신장병도 같은 병원체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1979년에 <lancet><lancet>에 발표하였고, 1981년도에 한탄바이러스의 세포배양연구로 Science><science>에, 1982년도에는 집쥐와 실험실용 흰쥐로부터 서울바이러스를 발견하여 각각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에 발표하였는데 서울바이러스 감염은 한탄바이러스에 의한 신증후출혈열보다 경증의 임상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1985년에 한탄바이러스의 항원성과 유전학적 연구로 <science>에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시설이나 연구비가 그 당시보다 훨씬 풍족한 요즘도 이루기 힘든 연구성과를 계속해서 발표한 것이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고려대학교 바이러스병연구소가 WHO지정 신증후출혈열 연구센터로 지정되어 출혈열 연구에서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science></science></lancet></lancet>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한탄바이러스 예방백신 및 새로운 혈청진단법 등 여러 가지 실용적인 결과물이 발명됐다. 선생님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발견과 연구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작정하고 백신 개발에 뛰어드셨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90년에 유행성출혈열 백신이 녹십자와 공동으로 개발되어 현재도 시판되고있다.

연구자의 자세 가르쳐준 정열적인 교육자
교육자로서의 선생님은 매우 정열적이셨다. 그 당시에 선생님의 지도는 매우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필자가 대학원생일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매일 오후 4시경에 그 날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오라는 호출을 받았는데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면이 있으면 기가 막힐 정도로 지적해내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 과정이 매우 힘들고 지치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운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지식이 현재 바이러스학을 연구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은 나 자신이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이지만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하신 것처럼 정성을 다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선생님은 젊은 후학들을 위해서 1997년부터 한탄상을 제정하고 매년 연구업적이 우수한 기초의학자에게 대한바이러스학회에서 시상을 하고 있다. 1989년에 선생님의 회갑을 기념하여 서울에서 처 음 으 로 국제 신증후출혈열 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HFRS,HPS, and Hantaviruses)를 개최하였는데 현재 매 3년마다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2019년에는 벨기에 루벤대학에 서 학회가 열렸었고 2022년에는 서울에서 제12차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한타바이러스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연구성과를 발표, 토론하는 장으로 국내 학자에 의해 국제학회가 창설되고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면 실로 자랑스럽다. 그리고 미국바이러스학회(ASV)에서는 1996년부터 이호왕 선생님의 이름을 딴 The Ho-Wang Lee Lecturer를 제정했다. 국내 학자의 이름을 딴 특강연자가 매년 미국바이러스학회에서 강연할 때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던 나로서는 가슴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은 국내 학자 중에서 노벨상과 관련하여 가장 유력한 인사로 자주 거론된다고 생각되는데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모든 연구조건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했던 시절에 국내에서 이룬 연구 업적으로 이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내한했던 노벨재단 사무총장 노르비 박사는 선생님께 한탄바이러스 발견 외에 예방 백신의 개발이란 플러스 알파도 있으니 한 번 기대해봐도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국인 학자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한국의 아름다운 한탄강의 이름을 따서 한탄바이러스라 명명하였으며 그 후에 한타비리데란 과(Family)의 이름이 탄생한 것은 정말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요즘은 국내의 연구여건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선생님의 뒤를 있는 훌륭한 학자들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첨부이미지
송진원(의학81) 모교 의대교수 국제한타바이러스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