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하는 고대교우회

Home > 교우회보 > 칼럼

칼럼

대중문화계 고대인을 찾아서 [6] - 얘기는 노래같고, 노래는 대화같은 가수가수 서문탁(사회97) 교우

등록일 : 2020-06-17 조회 : 142


첨부이미지
지난해 열린 데뷔 20주년 기념 스튜디오 콘서트.

그녀와의 만남은 기대가 컸다. 단순히 한국 최고의 여자 로커라는 이유보다는 그녀와 약속을 잡을 때 보여준 깍듯하고 겸손한 태도, 그리고 상냥한 말투 때문이었다. 인문대 사회학과 97학번 서문탁 교우와 대화를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역시 그녀는 고대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솔직하고 소탈한 서문탁 교우는 연예인이라기보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고뇌하는 음유 시인이라 불려도 괜찮을 것 같다.

“음악, 내가 널 택한 거니, 네가 날 택한 거니”
어릴 때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본 고대의 교문에 숨이 막혀, 그 이후로 한 번도 다른 대학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고, 고교 때 주니어 가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더욱 그 생각을 굳혔다. 대학에 가면 가수 활동을 허락해주시겠다는 어머니 덕에 고대에 입학한 그녀가 사회학을 선택한 이유도 가수로 활동하려면 세상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학기만에 데뷔를 위해 휴학을 하고 활동을 하느라, 결국 10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스물두 살의 데뷔 이후, 자기의 노래가 거리 곳곳에서 울려 나오면서부터 연예인과 생활인 사이에서 그녀가 상상했던 꿈은 많이 깨어졌다. 살던 집이 철거되어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던 기억, 홀로 네 딸을 키우느라 고된 엄마를 위해 신문배달을 하던 중학교 시절, 연예인으로 데뷔를 해 가족을 더 빨리 돕고 싶어서 스스로를 재촉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의가 들 무렵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2019년 서문탁 20주년 기념 앨범엔 “음악, 내가 널 택한 거니, 네가 날 택한 거니…”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노래와 잠시 멀어진 다른 삶을 위해 떠난 일본 유학길에서 노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택했다. 언어를 배우며 라면집 알바를 하던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는 요청이 왔고, 그 숙명대로 그녀는 음반을 만들고 공연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 생활 이후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다.
 고민 끝에 미사리 무대에까지 서게 되었던 그녀는 돈을 모아 이번에는 늘 꿈꾸던 걸 감행한다. 음악으로 이름나 있는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돈에 대한 계산보다는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으며 앞으로 전진하고 싶었다. 용감하다기보다는 무모했던 그 열정의 경험은 그녀의 음악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해주는
커다란 계기가 된다.
 “음악은 스킬이 아니라는 걸 배웠어요. 그것이 음악의 목표는 아니니까요.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와 제약 없는 창의성이 음악을 키워주는 힘이라는 걸 버클리에서 공부하며 배웠습니다.”

고대인이 부르는 행사엔 어디든 달려가
피아노와 기타에 더해 요즘은 트럼펫을 배우고 있다. 검도도 수준급이고, 복싱 아마추어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본인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남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멋대로 사는 사람인거 같아요.” 라고 대답한다.
 데뷔 이후 방송과 음악 현장에서의 고대 선배들의 도움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놀란다. 마치 옆집 아이가 때리면 와서 폼 나게 막아주는 형처럼 그녀의 지원군이자 ‘빽’이 되어주셨던 고대 선배님들. 학교 다닐 때보다 졸업 후 더 큰 울타리가 되어 준 고대 덕분에 그녀는 늘 마음이 든든하다. 그래서 고대인이 부르는 행사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게 된단다.
 어린 시절 음악의 힘을 밖에서 찾아왔다면 이제는 안에서 끄집어내는 법을 찾아내고 싶다는 그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적어 스토리를 쓰고 직접 곡을 만들어서 20주년 기념 스튜디오 콘서트를 열었다. 올 1월 ‘퀸’의 내한 공연 때는 브라이언 메이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그녀가 퀸 음악에서 받은 감흥과 삶
에 준 영향을 담은 헌정곡 ‘Dear Queen’을 들으면 활화산같은 에너지에 덧입혀진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서문탁의 그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니 같은 교우로서 대견하고 뿌듯하기 그지없다. 인터뷰가 끝나고 아픈 엄마를 위해 서둘러 자리를 뜨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노래가 더 깊어지길 바라는 맘으로 팬으로서의 박수를 조용히 보낸다.
김미경(독문83) 편집위원·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