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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명고> 4·18은 삶이다

등록일 : 2020-04-13 조회 : 204

송종호(정외99) 편집위원

서울경제신문 기자

 

4월은 숨이 막힌다.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터지고, 새들이 울기 시작한다. 아스팔트로 짓이겨진 도심에도 어딘가에서 싹을 틔우는 파릇파릇한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겨우내 움츠린 대지가 생명의 움트는 소리에 출렁이고 봄을 맞이하기에 준비가 안된 이들은 현기증이 난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하다. 쉼없는 생동감이 황폐한 우리들의 삶과는 너무나 달라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다시 찾아온 봄 마냥 세상 다 바뀔 듯 민주주의 열망이 꿈틀거린 4·18고대의거가 60주년을 맞았다. 헌법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고 다시 군부가 들이닥치고 정권교체를 이루며 큰 죽음을 맞기도 했지만 그 감당키 어려운 시련 속에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꿋꿋하게 자식들을 키우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감당하기 어려운 봄을 예순 번이나 겪으면서도 다시 여름이 오고 가을 가듯 겨울을 지나 봄은 또 왔다.

1960년 4월 18일 10시 50분. ‘인촌 동상 앞으로!’라는 신호에 고대생 3000여명이 “민주역적 몰아내자”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당시 서울 태평로에 있던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해 나간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4·18고대의거의 시작이다. 경찰의 진압이 강경 해지면서 ‘부정선거 다시 하라’는 구호는 ‘독재정권 물러나라’로 바뀌기 시작했고, 고대생들이 자유당 정치 깡패들에 테러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날 전국 대학들이 총궐기를 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한다.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은 시민혁명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4·19혁명의 시작이 고대에서 시작됐다는 자부심은 고대 가족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탓에 서울 수유리 4·19묘지까지 달리는 4·18 마라톤이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과거 영문 모르고 뛰다가 4·19묘지에 들어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시민들의 넋을 마주한 기억이 선명하다.

다시 한번 학교 정문에서 수유리까지 선후배들과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때 무엇을 위해 달렸을까. 그리고 지금 왜 달리고 싶을까. 미안한 말이지만 4·18정신보다 선후배들과의 추억이 그리워서다. 민주주의를 이끈 선배들의 노고에 추억을 이야기하는 게 불경스럽고 누가 되는 것이지만 재학생 때도 4·18정신보다 짝사랑하던 여학생 마음을 훔치고 싶어 달렸던 것을 고백한다. 정치적 저항에 목숨을 걸었던 4·18을 기리는 장소에서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생각했으니 혼쭐이 날 일이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4·18은 늘 찾아오는 봄처럼 우리의 삶에 녹아있다. 4·18 60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자는 이야기는 감히 하지 못하겠다. 다만, 코로나19에 힘들 선후배에게 “안녕하세요” 안부를 묻는 평범한 전화 한 통이 우리가 앞으로도 꿋꿋하고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4·18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