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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65세 빌 게이츠의 머릿속

등록일 : 2020-02-18 조회 : 36

이영미(국문86) 편집위원
《마녀체력》 저자

빌 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천재 프로그래머로 이름을 날리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그 MS에서 만든 윈도우 소프트웨어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젊을 때부터 모은 재산으로 미국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갑부.
그런 한창때의 빌 게이츠에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와는 너무 먼 대척점에 있는 잘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65세가 된 그는 어떨까. CEO에서 물러난 지 오래, 아무리 천재라도 몸과 뇌가 노화되고 있을 나이.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준 건, 넷플릭스에서 본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다큐멘터리였다.
3부작으로 만들어진 그 필름은 다양한 기법으로 그의 삶 전반을 훑는다. 화려한 과거의 업적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연 천하의 부자라도 외모의 노화는 피해갈 수 없는 법. 몸에 살이 붙고, 탈모가 시작되고,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했다. 안경다리를 쪽쪽 빨아대는 모습은 옆집 할아버지처럼 천진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 퇴화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이 뭔가. 체력이 떨어지고, 호기심이 사라지며, 배움에 게을러지고, 성장의 욕구가 저하되는 것이다. 그런데 65세 빌 게이츠는 밤낮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테니스를 치며 몸을 관리하고, 다윈처럼 긴 산책을 즐긴다. 아내와 단둘이 카누의 노를 힘차게 저으며 대화를 나눈다. 매일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그의 손에는 무거운 에코백이 들려 있다. 그 안에는 늘 대여섯 권 정도의 책이 담긴다. 출장길에 나설 때는 평균 15권을 읽는단다. 대단한 독서가답게 책의 주제 또한 깊고 다양하다. 호숫가 자그마한 서재에서 혼자 일주일 동안 책을 읽으며 ‘생각 주간’을 갖는 루틴은 여전하다. 체력과 호기심, 배움의 열정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한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빌 게이츠를 기억할 진짜 이유는 ‘윈도우’가 아니다”라고. 그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뇌를 굴린다. 시간을 다투며 기술자를 만나고 세상을 오가며 투자가를 모은다. 
다만 관심사가 달라졌다.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벌어 놓은 돈을 물 쓰듯 투자한다. 아프리카에서 설사병으로 죽는 아이들을 어떻게 살릴까. 가난한 지역에 소아마비 백신을 보급하려면?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새로운 에너지는 무엇인가.
그러니 젊고 패기 넘치던 모습보다 65세의 그가 훨씬 대단해 보일 수밖에. 퇴화의 길이 아닌 성장, 아니 성숙의 삶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가 세상에 뿌리는 선한 영향력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가진 건 적지만 훨씬 더 젊은 나는 빌 게이츠만큼 책이라도 읽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