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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 고대인을 찾아서 [2] - 연기는 내 운명…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배우배우 황건(노문98) 교우

등록일 : 2020-02-17 조회 : 41

겨울 오후 햇살이 길게 드리운 삼송동 창릉천 근방, 길고양이를 돌보는 소박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다큐 영화 <시간의 종말>에서의 김대건 신부역할, 삭발 연기를 감행한 <사명대사> 등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역을 주로 맡아 열연한 배우 황건 교우. 그의 얼굴이 어디서 본 듯 낯이 익다 싶더니 2015년, 고대 개교 110주년 기념 연극 <벚꽃 동산>에서 로빠힌 역을 맡아 굵직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얼굴이 오버랩 된다. 인상 깊게 보았던 그 주연 배우가 지금 내 눈앞에 앉아있다니….

고교 2학년 때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본 황건 교우는 커튼콜 때 배우들이 서로 뿌듯한 미소를 나누며 자부심과 보람을 보여주는데 푹 반해버렸다. 그때부터 공부는 접어두고 엄청나게 연극을 보러 다녔다. 러시아로 연극유학을 가려고 고대 노문과를 주저 없이 택했고, 입학도 하기 전에 고대극회의 문을 두드렸으며, 졸업 후에는 한예종에서 실기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니 가히 준비된 배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극회에서 연기를 하면서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잠시 배웠고 연주회도 했었다. 당시에는 거의 활싱크만 했지만 후에 <모비딕>이라는 작품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선장 역할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단다. 연기에 도움이 되는 문학 수업을 찾아다니며 들었고, 또 태권도부에도 깊이 몸을 담갔다.

우즈벡에서 모셔온 그의 아내는 고려인 4세이다. 고려인 3세인 장모님은 타쉬켄트 음악원 첼리스트이셨다. 우즈벡 사람인 장인은 러시아식 아코디언인 바얀이라는 악기를 연주했는데 외모가 다니엘 크레이그를 꼭 닮았단다. 황 교우가 <피터와 늑대>라는 합동공연을 하러 타쉬켄트에 갔을 때, 당시 오케스트라 악장이었던 아내에게 반해 장거리 연애 1년 끝에 결혼에 이르게 됐다. KBS 인간극장 <닐루, 너는 내 운명>(2015년)을 검색해 보면 꿀 떨어지는 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결혼 후 그의 아내는 한예종 음악원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를 했고, 지금은 신생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내의 음악이 남편의 연극 무대를 빛내주는 이상적인 모습의 황건과 닐루 부부다. 

연극 무대에만 서던 황 교우는 KBS의 <가네코 후미코>(2006년)를 통해 브라운관에 첫 출연을 한다. 유독 목소리가 좋은 그는 이후 나레이터나 다큐멘터리 프리젠터를 많이 맡았다. 단편 영화나 3D 영화에도 출연했을 뿐 아니라 <센스8>(시즌2, 2016년)이라는 워쇼스키 감독의 미드에 캐스팅 되어 배두나, 윤여정씨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기사를 찾아보면 영어 실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지만 사실 그의 적극적인 태도가 캐스팅에 크게 어필했던 모양이다. 

그는 연극무대나 카메라 앞이나 느끼고 표현하는 연기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나 어느 작품이나 참여하고 싶다. 

이쯤에서 그의 고대 사랑을 질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연기 빼고는 어디에 속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늘 아웃사이더였다고 한다. 고대만은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애정을 많이 얻는다. 지금도 틈나면 같이 운동했던 서클 선후배들과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는 그의 유일한 마음의 고향이 바로 모교 고려대학교다.

올해 JTBC에서 2월 24일 방영을 시작하는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그는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올해 시작부터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배우는 제 천직이니 죽을 때까지 연기하면서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누군가에 캐스팅되기보다는 제가 만든 영화에서 제 목소리를 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조심스레 꿈을 피력하는 황 교우는 미래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아내와 함께 예술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단다. 그는 드라마를 가르치고, 아내는 음악을 맡고, 또 동물을 좋아하니 그들과 교감하는 수업 등등 소소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역시 엄친아라는 평을 듣는 배우답게, 그가 갖고 있는 달란트는 ‘지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연기에 대한 애정과 능력을 세상과 나누며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은 철학의 힘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결론이니 말이다. 

동양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멋진 턱수염을 가진 배우 황건. 그 외모뿐 아니라 내면의 매력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날이 머지않을 듯하다. 헤어지려는데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그가 기르는 견공 풍산이와 깜순이를 데리고 온다. 그의 일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그걸로 충분히 느껴진다. 인간극장에서 보았던 그의 아내 닐루씨의 선한 웃음까지 내내 마음에 겹쳐지며 젊은 배우 황건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김미경(독문83) 편집위원·방송작가

 

첨부이미지 

모교 개교 110주년 기념공연 <벚꽃 동산>(2015년) 로빠힌 역(왼쪽), 뮤지컬 <모비딕>(2011년)에서 선장 에이헙 역(오른쪽)을 연기하는 황건 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