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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 고대인을 찾아서 [1] - 그는 언제나 현재진행형 청춘으로 산다드라마PD 김승수(독문67) 교우

등록일 : 2020-01-14 조회 : 55

한국 드라마 걸작들을 만들어온 김승수 교우의 눈빛은 지금도 형형하다. 오른쪽 사진은 첫 연출작 ‘호랑이 선생님’의 촬영당시(1981.6.)로 배우 조경환(왼쪽)과 김 교우.

 

그를 보면 ‘紙背를 徹하는 眼光’이 느껴진다. 동그란 안경 너머의 그 눈빛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젊고 재기발랄하며 장난스럽기까지 하지만 상대를 매우 긴장시킬 만큼 강렬하다. 30년 동안 국내 최정상의 인기 드라마들을 만들어왔던 김승수 교우. 전공이었던 독일 희곡, 동아리 활동, 그리고 직업까지, 인생을 통틀어 그를 관통한 한 단어는 오로지 ‘dram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입생 시절 가입했던 ‘고대극회’에서부터 그 해에 창립된 독일문화원의 ‘Freie Bühne(자유극단)’ 그리고 ‘MBC 드라마 제작국’. 그가 청춘 이후 거쳐 가며 꿈을 이룬 곳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수많은 연극과 TV 드라마들이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명동 예술 극장에서 초연을 했던 막스 프리쉬의 <만리장성>, 쉴러 작 <군도>, 그리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까지 그가 연출한 작품들은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진다.

순수 연극을 하고 싶었던 젊은 김승수는 생계를 위해 MBC에 입사해 TV드라마 연출을 시작한다. 당시 그가 연출했던 <호랑이 선생님>은 최장 어린이 인기 드라마로 아직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국이 어수선하던 80년대, 정부 장학생으로 독일 유학을 떠난 김승수는 독일 언론을 통해 한국에서는 몰랐던 광주의 현실을 알게 된다. 고교시절, 전혜린을 동경해서 독문학을 선택했고, 또 그녀가 살았던 뮌헨의 슈바빙으로 유학을 떠날 만큼 낭만적이었던 그에게, 그곳에서 접한 국내 소식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드라마를 왜 만들어야 할까?’ 브라운관 앞에 앉는 시청자들을 그저 재밌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바꾸는 세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 그가 다시 맡은 프로그램은 매너리즘에 빠진 장수 드라마 <수사반장>. 이전까지의 범인 잡는 스토리라인으로 재미를 주던 드라마보다 범죄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관심을 갖고 공을 들여 만들면서 ‘미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한류 열풍으로 기억되는 공전의 히트 드라마 <대장금>뿐만 아니라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로 드라마의 품격을한 단계 올려준 <다모>까지 모두 그의 기획을 거쳐 갔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을 보는 판단력과 새로운 시선, 그리고 기존 문법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혁신을 감행했던 제작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현업에서 그렇게 맹렬하게 일하면서도 삼성그룹이 후원한 드라마 <간이역>을 제작하면서 그 계기로 고대 언론대학원에서 <드라마 제작의 산업적 특성>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다. 2013년, 독어독문학과는 설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과 차원에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 시작했는데, 초대회장을 맡은 김 교우의 역할이 참으로 지대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교수로 퇴임하기 전까지 그가 가졌던 직함은 ‘문화예술산업융합센터장’이었다. 그런 그가 예술대학이 없는 모교 고대에 연극 전용 극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게 된다. 고대극회에서 제작 중인 <고대 연극 100 년사>에 등장하는 1918년 <동원령>이란 제목의 연극을 직접 쓰고 연출한 방정환 선생의 이름을 딴 가칭 ‘방정환 극장’을 만들고자 ‘방정환 기념사업준비단 단장’을 맡게 된다. 현재 서울시와 사업부지 관련 소송이 들어간 힘겨운 상태인데도 그는 매우 낙관적이다. ‘가위 바위 보’ 이론이 앞으로의 일을 풀어나가는데 큰 역할을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가위는 보를 자르고, 보는 바위를 덮고, 바위는 가위를 깰수 있듯이 부족한 걸 채우다보면 이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도 많지만 고대 극장을 만든 뒤 개인적으로 픽션을 쓰고 싶다는 그의 포부를 들으면서, 진정 그는 그형형한 눈을 감을 때까지 늘 현재진행형 청춘으로 남아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만의 인생을 아무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집요하게,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프로듀싱하는 만년 청년 김승수 교우. 그의 청춘 같은 앞날에 커다란 기대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김미경(독문83) 편집위원·방송작가